[기획] 허울 뿐인 ESG경영… 산업계 '자화자찬' 만연
MSCI ESG 최고등급 받은 국내사는 고작 7개… 모두 ‘대기업’ 제약바이오 평균 ESG 수준 ‘밑바닥’… 자사 홍보만 열중
2024-10-14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사회에서 ESG 경영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ESG 관련 활동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원칙을 온전히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중소기업은 최소한의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14일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로 부터 최우수 ESG경영 등급(AAA)을 받은 국내 상장 기업은 SK그룹과 SK하이닉스, SK디스커버리, 롯데렌탈, KB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 7개 뿐이다. MSCI는 1999년부터 매년 전 세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핵심 이슈를 평가해 CCC부터 AAA까지 7단계 등급을 부여한다. MSCI 평가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기업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며, 대중에게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기준을 제시하는 대명사로 알려졌다. 일단 업계서는 3번째 등급인 A 이상을 부여받은 기업이 우수한 ESG경영 수준을 갖췄다고 본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의 인증을 받은 사실만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둥, 허울 뿐인 명예를 앞세워 회사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기도 한다. 최근 글로벌 사회 ‘대세’로 떠오르며 글로벌화에 적극 나선 제약바이오 업계가 대표적이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제약사 중(바이오 기업 제외) 최상위 등급(통합 A)을 받은 기업은 △HK이노엔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에스티팜 △유한양행 △일동홀딩스 △한독 등 7개 뿐이다. 그 외 제약사들이 받은 가장 높은 등급은 B+, ‘양호’ 수준이며 절대 다수는 C~D등급 하위 등급에 머무른다. 특히 제약업계에서 2년 연속 A등급을 받은 기업은 동아에스티와 동아쏘시오홀딩스 뿐이다. 평균 업력이 짧은 바이오기업들이 평균 A~B 등급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오랜 전통을 가진 제약업계가 ESG경영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등급이 낮은 제약사는 자사의 임직원 봉사활동 내역과 복지 제도를 보도하며 겉 포장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일부 기업은 친환경이 아닌데도 친환경을 내세워 위장 광고하는 일명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한단 지적을 받는다. 환경산업기술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천연물질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친환경이라고 표시하거나, 유해물질을 덜 사용했단 이유로 ‘무독성·무공해·인체무해’ 등으로 과장 광고를 진행했다. 최근 관련 사안으로 적발된 기업이 최근 4년간 16.5배 규모로 늘어났을 정도다. 소비자와 특히 밀접한 유통 업계엔 관련 문제가 고질병으로 자리잡았다. ESG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대기업만 각광받고 중소기업은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MSCI와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상위 등급을 받은 기업을 살펴보면 절대 다수가 대기업 그룹사다. 삼성 등 대기업은 ESG 전담팀을 따로 개설해 운영할 정도로 관련 경영에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반면 만성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ESG 전문가는 커녕, 경영 환경을 개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준원으로 부터 D등급을 받은 전통 제약사 관계자는 “중소기업계 ESG 정착의 가장 큰 적은 일부 경영진의 전근대적 기업관”이라며 “직원 복지만 조금 개선한 정도로 관련 지표가 상승하는 줄 안다. 정부 및 협회가 제시한 ESG 가이드라인이 아무리 우수해도, 경영진들의 관심을 못 받는게 문제”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