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ESG경영, 대‧중소기업 간 격차 유발 주범으로

자본금·전문인력 부재로 ESG 대응 늦은 中企 인식수준 개선 및 탄소량 측정시스템 등 지원해야

2024-10-14     김혜나 기자
대기업이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대기업이 ESG경영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사이, 중소기업은 대응 여력이 부족해 도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하청 기업에도 ESG 경영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원청 수주를 받기 위해 최신 경영 트렌드에 부합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ESG경영은 필수가 됐다. 이에 도태될 경우 일감과 경쟁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친환경 설비, 안전 관리자 고용, 글로벌 최신 규제 동향 파악 등 모두 중소기업 수준에선 따르기 어려운 입장이다. 복잡한 ESG경영 기준에 따르려면 당장 목돈을 마련하거나 대기업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국내 수출기업 205개사를 중심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ESG 규제 대응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6개 주요 ESG 수출 규제에 대한 인식수준이 100점 만점에 42점, 대응수준은 34점이었다. ESG 수출 규제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지속가능성 실사지침(EU CSDDD)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 및 공시기준(EU CSRD) △배터리규제 △에코디자인 규정(ESPR) △포장재법(PPWR) 등 6개가 꼽힌다.

응답 기업들은 부담이 되는 ESG 수출 규제로 ‘CBAM’을 꼽았다. 특히 탄소규제 대응과 관련해 ‘탄소배출량 측정 어려움(52.7%)’, ‘탄소저감시설 투자 자금 부족(41%)’, ‘전문인력 부족(37.1%)’ 등의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ESG경영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또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녹색기업은 97개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오염물질 감소, 자원과 에너지 절감, 제품의 환경성 개선 등을 통해 환경개선에 이바지하는 기업을 ‘녹색기업’으로 지정한다. 이중 중소기업은 단 2곳에 그쳤으며, 대기업은 79개였다.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하고, 녹색기업 지정과 유지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을 감안해도,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ESG경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가 지난 8월 발간한 ‘글로벌 재생에너지 전환을 놓칠 위험에 처한 한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9.64%에 불과했다. 전 세계 평균인 30.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3.4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