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두번씩 오르는 명품 가격…명품 브랜드도 양극화

가격 구애받지 않는 명품 쥬얼리 등 1년에 2회 가격 인상 코로나 보복소비로 호황누린 일부는 다시 가격 낮춰

2024-10-14     이선민 기자
주얼리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통상 연 1회의 가격을 인상하던 명품 브랜드들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14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는 이달 국내에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월 국내에서 일부 제품의 가격을 4% 안팎으로 올린 후 9개월 만에 다시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한 셈이다. 3대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모두 수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연초나 연말에 정례화한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 제품 가격을 수시로 올리는 셈이다. 에르메스는 올해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린 뒤 6월에 2차 인상을 단행했다. 루이비통도 지난 2월에 이어 7월에도 캐리올 PM 모노그램과 네오노에BB 모노그램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4~6%가량 올렸다. 샤넬은 올해 1월, 2월, 3월, 8월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주얼리와 시계, 향수 등 뷰티제품과 인기 가방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구찌도 이에 질 세라 지난 달 국내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11%가량 올렸다. 지난해에 국내에서 총 네 차례에 걸쳐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는 6월 일부 핸드백 제품을 인상한 후 3개월만에 재인상한 셈이다. 예물로 인기가 높은 명품 주얼리들은 지난 봄 웨딩 시즌에 줄인상을 한 후 하반기에 또 인상을 단행했다. 연말 선물 수요가 높아 다른 달보다 명품 매출 폭이 오르는 시점에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불가리는 올 4월 가격 인상을 한 후 6개월만에 5~10%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고, 롤렉스는 기존에 연 1회 인상을 해왔으나 올해는 1월과 6월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장기화한 고물가로 소비 심리 위축이 심화됐지만 명품 업계의 호황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통가에 따르면 올해 1~8월 명품 매출 신장율은 신세계백화점 10.1%, 현대백화점 10.0%, 롯데백화점 5%로 일제히 성장세를 보였다. 내수 침체로 백화점 3사의 전체 매출 성장률이 1~5%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명품업계는 불황을 피해간 셈이다. 다만, 최근에는 명품 업계 내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는 분위기다. 초고가 명품을 사기에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를 덮친 경기 침체에 중산층이 줄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고 명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MZ세대들이 더 이상 새 제품만을 고집하지 않게 된 영향도 컸다. 영국 명품 기업 버버리는 분기 매출이 20% 이상 급감하자 최고경영자를 교체하고 가격을 내렸다. 버버리는 한국에서도 지난달 국내 판매 가격을 20% 안팎으로 인하했다. 프랑스의 케링그룹이 소유한 생로랑도 가격을 내리고 있다. 국내 가격을 최대 15%가량 인하하면서 대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루루백의 가격은 50만원이 떨어졌다. 오히려 Y2K의 영향으로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끈 브랜드인 롱샴, 코치 등이 MZ세대들 사이에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3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린 롱샴 팝업스토어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오는 12월에는 더현대서울에 정식 매장이 개점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코치와 손을 잡았다. 코치는 지난 4월 성수동에서 연 팝업에서 20대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갔고, 지난달에는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본점 내에는 정식 매장도 입점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업계에서는 이제 중산층이 더 이상 초고가 명품을 살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경기를 타지 않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1년에 수차례의 가격 인상으로 매출을 더 올리겠지만, 동시에 중고시장과 중저가 명품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콧대를 낮추고 접근성을 키워야하는 브랜드도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