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아진 은행 주담·신용대출 문턱… 이용자 평균신용 ‘1등급’

4대 은행 주담대 평균 신용점수 943점, 전년 동월 대비 20.5점 ↑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속 신용사면·은행 자체 규제 강화에 기인

2024-10-14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으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국내 주요 은행 해당 여신 고객들의 평균 신용점수가 940점 이상인 것. 즉, 1등급 이상 고객들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14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지난 8월 취급한 분할 상환 주담대 평균 신용점수는 943점이다. 전년 동월(922.5점) 대비 20.5점 높아졌다.

같은 기간 개인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 역시 926.8점에서 940.7점으로 13.9점 올랐다. 평균 신용점수가 높아졌다는 건 8월에 이뤄진 신규 대출이 주로 신용점수가 900점을 상회하는 고신용자에게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런 신용 인플레이션은 최근 들어 가속화 했다. 지난 7월만 해도 국민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18점이었는데 8월엔 960점으로 급등했다. 신한(922→925점), 하나(930→934점), 우리(938→944점)은행도 1달 새 평균 신용점수가 상승했다.

주담대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이전까지 등락을 이어가며 완만한 상승 추세를 보이던 평균 신용점수는 8월 들어 4대 은행 모두 일제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신용점수 900점이 넘는 고신용자도 대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940점이 넘는 문턱으로 일부 1등급 신용자도 대출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신용점수를 모바일로 누구나 손쉽게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이 빚어낸 역설이라는 분석이다. 800점 대의 중·저신용자들은 ‘상대적 저신용자’가 돼 제2금융권이나 사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올해 초를 비롯해 최근 몇 년간 단행한 대규모 신용사면 역시 신용 인플레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피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2021년 신용사면을 단행했고, 이번 정부 들어서도 3고 위기 등을 명목으로 올해 대규모 신용사면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 사면 대상이 된 인원은 285만8000여명에 달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른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 러시 또한 대출 문턱 상향 원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경영계획에 따라 대출을 축소할 것을 주문, 신규 대출 제한 현상을 초래했다. 그러다 보니 대출 실행 고객의 신용점수는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으며,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지난 7월부터 주담대 위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부터는 대출 금리 인상과 더불어 주담대 갈아타기 제한, 다주택자 대출 제한 등 대출을 조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인 대출 연체율 역시 외부 신용 평가사 데이터에 연연하지 않고, 은행 내부 기준에 따라 깐깐하게 대출을 심사토록 했다. 이는 은행권의 ‘신용 점수 커트라인’이 높아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은행 가계 신용 대출 연체율은 0.73%로 지난 2년 사이 2.4배쯤 상승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 행보에 따라 ‘풍선효과’ 역시 나타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카드 대출 규모는 44조6650억원이다. 작년 말(41조5530억원)보다 7.5%(3조1120억원)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카드 대출이 1조8940억원 늘었는데, 올해는 8월까지 지난해 증가 폭의 1.6배 수준을 넘어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억제 정책이 이어지면서 풍선 효과로 카드론 등 급전 창구에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15일 주요 보험사와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신전문사 등 2금융권 관계자를 긴급 소집해 풍선효과를 점검한다. 이 자리에서는 가계대출 관리 방안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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