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부 지원 부재에 규제 발목까지…K-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국내 기업들, 정부 각종 규제 탓으로 사업 확장 제동 반도체 산업, K-칩스법 일몰 임박…연장안 국회 계류 車 자율주행, 기술력 레벨 3 이상…상용화는 먼 길

2024-10-15     박지성 기자
삼성전자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글로벌 패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는 정부의 지원 부재로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이 미비한데다 각종 규제 법안으로 인해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올해 말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이 일몰될 예정으로 관련 기업들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당시 K-칩스법 적용기한을 2027년 말까지로 3년 연장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K-칩스법 연장안이 통과되지 않아 일몰될 경우 반도체 대기업의 설비투자 공제율은 기존 15%에서 8%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K-칩스법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국내 설비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시설투자비의 15~25%, 연구개발비의 30~50%를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K-칩스법 등이 담긴 '22대 국회에 바라는 경제계 110대 입법과제'를 전달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K-칩스법 일몰 연장에 동의하고 있지만 여야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정부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정부 규제로 인해 사업 현실화에 가로막혀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국내 기업 자율주행 기술력이 레벨 3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 규제가 상용화에 발목을 잡으며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자율주행 상용화 규제 완화를 추진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사고에 대한 제도 부재다. 현재까지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 운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날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캘리포니아·네바다 등 각 주 차원에서 이미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중국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원뿐 아니라 최근에도 비야디(BYD) 등 자국 자동차 업체 9개가 베이징 등 7개 도시에서의 자율주행 3·4를 테스트하는 것을 승인했다. 정부의 더딘 규제 개선 탓에 국내 자율주행 수준은 글로벌 국가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과 테슬라의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은 자율주행 레벨 2로 같은 수준이지만 차이가 분명히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과 달리 현대차·기아의 ADAS는 도심 내 자율주행을 지원하지 않는다. 고속도로 진출입로에 들어서거나 회전교차로 진입, 비보호 좌회전이나 우회전 기능도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