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급락에 중동 리스크까지…정유업계, 올 겨울 더 춥다

경기 침체로 정제마진 손익분기점 하회 중동 정세 불안에 국제유가 변동성 심해

2024-10-15     서영준 기자
GS칼텍스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리스크 확대 조짐도 감지되며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제마진은 원유 1배럴을 공정에 투입했을 때 원료인 원유 가격과 각종 수송·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이익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3달러 중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1분기 7달러대와 비교해 절반 가량 줄어든 수치다. 올해 3분기 들어 정제마진은 7·8월 손익분기점 기준인 4달러대를 기록했지만 9월 들어 1달러대까지 주저앉으며 현재까지 손익분기점 기준을 밑돌고 있다. 통상 3분기는 여름 휴가철 석유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성수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공급 과잉이 정제마진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제마진에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도 최근 상승하는가 싶더니 다시 떨어지는 등 변동성이 심한 모습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Dubai)는 지난 1일 배럴당 70.76달러로 기록한 후 오름세를 지속하다가 8일 78.98달러로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 지난 11일 78.6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Brent(브렌트유)도 지난 7일 80.94달러로 거래를 마쳐 가격 상승에 기대감이 올랐지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지난 11일 79.04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인도분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도 7일 77.14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등락을 반복하다 11일 75.5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추이는 앞으로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석유 수출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충돌이 벌어지면 원유 흐름이 막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전체 수입 원유 중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대부분 유조선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국내 정유4사의 3분기 실적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3분기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한 3203억원, 에쓰오일은 전년 대비 75% 감소한 21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중동 정세 악화가 국내 산업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정유업계와 함께 에너지 수급 및 수출입 상황 등을 긴급 점검하며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대한석유협회, 한국무역협회 등과 함께 긴급 점검회의를 가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현지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유사와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