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K-칩스법은 오리무중
K-칩스법, 올해 일몰…3년 연장안 국회 계류 중 국회, K-칩스법 연장 동의…여야간 입장차이 분명
2024-10-15 박지성 기자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올해를 끝으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이 일몰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을 개정해 일몰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K-칩스법' 일몰 연장에 동의하고 있으나 최종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K-칩스법의 일몰 기한 연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K-칩스법이 완전히 폐지될 경우 국내 반도체 경쟁력이 크게 뒤처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K-칩스법 적용기한을 2027년 말까지로 3년 연장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는 K-칩스법을 오는 2030년 12월 31일까지 6년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계류되다 본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지난 4월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의 세액공제 혜택이 유지되려면 법 개정이 시급하다. K-칩스법이 일몰 될 경우 반도체 대기업의 설비투자 공제율은 기존 15%에서 8%로 줄어든다. 해외 국가는 반도체 분야에 직접적인 보조금을 통해 지원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반도체과학법을 제정해 527억달러(약 72조원) 규모 반도체기금을 편성했으며, 이 중 390억달러(약 53조원)를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위한 보조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이와 더불어 25%의 세액공제도 추가로 지원한다. 보조금을 지급 조건으로 중국과의 거래에 제약도 뒀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는 한편 전반적인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공산이다. 중국도 미국의 견제에 대응해 올해 3440억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펀드(3기)를 조성했다. 지난 1기 펀드(1400억위안)와 2기 펀드(2000억위안)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지난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수립하고 약 4조엔(약 36조원) 규모의 지원 예산을 확보했다. 아울러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구마모토 공장 투자액의 40%를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이처럼 각 국의 정부는 세제혜택과 더불어 보조금 지원까지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세제혜택 마저도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국내 업계는 주요 국가처럼 정부 보조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그나마 있던 세액공제마저 일몰 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여건 악화와 연구개발(R&D) 지연, 자본·인력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K-칩스법 일몰 연장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세부적으로 여야간 입장 차이가 발생해 계속해서 저울질에 머물러 있다. 한편, 정부는 K-칩스법과 별개로 반도체 산업에 힘을 싣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기업의 원할한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시중 초저금리 수준으로 17조원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오는 2027년까지 총 1조1000억 규모로 확대해 지원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