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사비 지속 상승 전망···정부·건설업계 동반 노력 필요
친환경·층간소음 기준 확대·강화 등 원가 부담↑ 정부 대책 강구··· 실효성 의문 부호 해소 과제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시공 원가 상승으로 건설업계 수익성이 곤두박질치고 공사비 분쟁이 불거지고 있다. 잇단 건설 현장 규제와 설계·공법 기준 강화로 당분간 공사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의 동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9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338만3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1304만3000원) 대비 2.61%, 전년 동월(969만7000원) 대비 38.00% 오른 수준이다.
이를 3.3㎡(1평)당으로 환산하면 4424만1000원에 달한다. 전국 평균 민간 분양가도 ㎡당 569만2000원(평당 1881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줄곧 오르고 조달 금리까지 뛰면서 실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결과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건설공사비지수(2020년 기준)는 2020년 12월 102.04에서 2021년 12월 117.37로 15.02% 대폭 오른 데 이어 △2022년 12월 125.33 △2023년 12월 128.78 △2024년 7월 130.10 등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사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 주 52시간제 확대로 인건비와 시간외수당 등이 높아졌고 중대재해법에 대비한 인력·장비 투입비 추가 및 민간 공공주택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확대, 층간소음 시공 기준 1등급(49㏈ 이하) 규제 등도 잇달아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가 상승과 환경·안전 기준 및 공공기여 확대로 공사 기간이 길어졌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신규 발주·수주 감소 및 공급 저하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고금리에 조건까지 까다로워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신규 주택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워진 데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적인 주택 경기 하락과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건설사들이 주택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올해 입주(예정)하는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부터 입주까지 소요된 기간(공사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29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2023년 입주한 아파트의 평균 공사 기간인 25개월에 비해 4개월이 늘어난 수준으로,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그만큼 더해진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지난 7월 국내 주거용 건축물(주택) 수주액은 3조6478억원으로 6년 만에 동월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2만4659가구로 지난해 3만2775가구 대비 24.8% 줄어들 전망이다. 2년 뒤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 가구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위기에 정부는 △자재비 통제 △외노자 투입 확대 △숙련공 육성 등을 골자로 한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자재 수급 조절과 인건비 부담 완화를 통해 공사비 상승을 억제하는 한편, 분양가 인상과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회의적인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재비와 인건비는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들이 많아 공사비 억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일각에선 일부에 국한된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제외한 전국적인 분양가 인하를 위한 건설·분양업계의 자구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조합을 비롯한 시행 측과 시공사에선 사업지별 손익분기점과 목표 수익 등을 다 맞춰보고 분양에 나선다"면서 "분상제 지역을 제외하면 단지별 입지와 사업성에 따라 일정 수준으로 분양가를 상향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