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분기 매출, 韓제약사 연매출 초월… 파급력에 주목

위고비 상반기 매출 4조… 국내 상위 제약바이오사 연매출 수준 식약처, 위고비 불법 유통 단속 예고… 의료기기·의학·투자자·범죄집단 관심 집중

2025-10-16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올해 2조원이 넘는 분기 매출을 거뒀다. 단일 품목으로도 국내 제약사 연매출을 상회하는 경제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출시 이후 파급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위고비는 올해 상반기 210억3600만크로네(한화 약 4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4% 상승한 액수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매출은 93억7700만크로네(1조8490억원), 2분기 매출은 약 16억6000만덴마크크로네(2조4000억원)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본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다.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만치료제로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거듭났다. 국내 최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으로 상승했지만, 상반기 매출이 위고비 단일 품목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내 업계 최상위 매출은 올해 최초로 상반기 매출 2조원대를 돌파한 삼성바이오로직스다. 해당 기간 매출은 2조1038억이지만 위고비에 비해 다소 부족한 실적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상위 기업 2분기 매출을 모두 합쳐도 위고비에 미치지 못했다. 종근당은 2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3850억원, 유한양행은 5146억원, 한미약품은 3781억원을 기록했다. ‘잘 만든 신약’ 하나가 대기업 수준의 경제력을 증명한 만큼, 제약바이오 업계는 물론 의료기기, 의학, 규제 당국, 심지어 불법 의약품 거래자들도 위고비의 동향을 주목하는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월 중 국내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대해 부작용 및 오·남용에 대한 시판 후 안전관리를 대대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이미 국내 온라인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불법으로 판매·광고되는 실정이다. 일부 범죄자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구매자를 물색하고 해외에서 처방받은 위고비를 넘겨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아예 위고비와 관련 없는 가짜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어 특히 위험하다. 해당 약품은 고혈압, 당뇨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 등에 해당되는 비만환자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약국 개설자가 아닌 사람이 해당 비만치료제를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식약처는 출시 시점에 맞춰 1달간 온라인·SNS 등에서 개인이 해당 비만치료제를 판매 알선·광고하는 행위에 대해 집중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규제 당국이 단일 의약품을 특정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부 국내사는 신규 포트폴리오에 비만치료제를 포함하고, 차세대 위고비 개발에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인상적인 성과를 낸 곳은 한미약품으로, 바이오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약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에 이어 비만신약 ‘H.O.P 프로젝트’ 내 과제들의 임상 및 비임상 개발도 순항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의료기기 분석가들은 위고비 및 이와 유사한 약물이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 다국적투자은행인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에게 “GLP-1 작용제의 출현이 의료기기 사용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도 "로봇 비만 수술량에 대한 실제적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고비의 폭발적인 인기가 기타 비만치료의 수요를 하락시킬 수 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한 분석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위고비의 판매량 자체는 현재보다 극적으로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 D제약사 연구원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공급 문제로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1월에서야 덴마크 내 기존 제조시설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당분간 매출 자체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