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거부에 유엔군까지 공격···고삐 풀린 이스라엘에 서방 '부글부글'
마크롱 "유엔 의해 이스라엘 건국" vs 네타냐후 "우리가 이룬 것" 伊 멜로니, 레바논 방문 예정···"레바논서 유엔군 철수 요구 반대"
2025-10-16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고삐가 풀려버린 이스라엘의 폭주가 서방의 분노케 하고 있다. 미국 등의 '휴전 권고'를 무시하면서 전선을 확대 중인 이스라엘은 최근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에까지 피해를 끼치며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휴전 거부와 UNFIL 공격을 두고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다. 먼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가 미국과 함께 제시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안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거부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건국 과정을 거론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자기 나라가 유엔의 결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복수의 회의 참가자들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비공개회의 도중 이같이 언급하며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유엔의 결정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소탕 작전을 벌이는 도중 UNIFIL까지 공격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UNIFIL은 지난 13일 이스라엘군 탱크가 남부 접경 지역의 부대 정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이스라엘군이 UNIFIL 벙커 외부 감시 카메라에 총을 쏴 망가뜨리는 등 고의로 공격을 가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UNFIL 고의 공격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네타냐후 총리는 반박 성명으로 맞섰다. 그는 "이스라엘 국가 수립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독립전쟁에서 많은 영웅적 용사들의 피로 거둔 승리로써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의 참전자 다수는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의 생존자이며, 여기에는 비시 프랑스 정권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포함된다"고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1939년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협력하며 존속한 '비시 프랑스' 정부가 유대인을 탄압했던 역사를 끄집어낸 것이다. UNIFIL 주요 파병국인 이탈리아의 심기도 불편한 상황이다. UNIFIL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UNIFIL은 전 세계 50개국에서 온 1만58명의 다국적군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탈리아(1068명)는 인도네시아(1231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레바논 주둔 UNFIL 철수를 요구하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한편, 근시일에 레바논을 직접 방문할 뜻을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오는 17∼18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하원 연설에서 "금요일(18일) 레바논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이 성사될 경우 멜로니 총리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으로 레바논을 방문하는 국가수반이 될 것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UNIFIL을 철수하라는 이스라엘의 일방적 요구에 따른다면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임무 자체의 신뢰성, 유엔의 신뢰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철수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