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글로벌 시장 노리는 토종 버거…성수동서 파격 변신

미술관 형식 팝업스토어에 MZ 장사진 팝업 성지 성수동서 한정판 버거 체험

2025-10-16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서울 성동구 성수동 거리 한가운데 현대미술관을 연상시키는 3층짜리 빨간 건물이 들어섰다. 성수동이 MZ를 위한 팝업 성지가 된 후 형형색색의 외벽 장식이 늘어났지만, 그 사이에서도 누구나 한 번쯤 쳐다볼 만한 규모다.

눈길을 끄는 건물 앞에는 젊은이들이 줄지어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 들어간 내부에는 거대한 은색 햄버거 조형물과 명화가 전시됐다. 모나리자,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로 보인 그림은 다시 보니 명화 속 인물이 모두 햄버거를 들고 기대감 어린 표정을 하고 있다. 롯데리아 팝업스토어가 바로 버거 미술관이 된 것이다. ‘리아스 버거 아트 뮤지엄’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전시관이다. 안내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화려한 미디어 아트장소가 펼쳐졌다. 스크린 앞에 앉아 뇌파 측정 기계를 쓰고 버거를 먹으면 AI가 뇌파를 측정해 그림을 그려준다. 진행을 도와준 롯데리아 관계자는 불고기버거를 먹으면서 달콤하다고 생각한 한 체험객의 스크린에는 마카롱을 응용한 AI 그림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직접 경험해보니 번쩍번쩍한 조명 아래서 혼자 조용히 버거를 먹고 있는 상황이 반영 된 것인지 AI는 화려한 오로라가 펼쳐진 호수 그림을 그려냈다. 3층에는 백남준 작가의 미디어아트를 연상시키는 TV가 진열돼 있다. 모니터 안에는 지금까지 나왔던 롯데리아의 TVCF들이 흘러나왔다. 옆에 붙은 포스터들까지 함께 보니 말 그대로 45년간의 헤리티지가 느껴졌다. 옆에서는 1979년, 1992년 등 과거 롯데리아의 주요 이벤트 발생 시점의 분위기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타임머신 포토존이 설치돼 많은 체험객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3층 관람까지 끝나고 내려오면 병뚜껑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키링을 제작하는 체험존이 펼쳐진다. 층별로 미션을 수행하면서 획득한 스티커를 조합하면 레트로한 매장분위기 속에서 팝업스토어에서만 선보이는 리미티드 버거를 맛볼 수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은 “AI부터 키링만들기까지 요즘 핫한 팝업스토어의 집합체 같다”며 “’롯데리아’하면 어떤 버거의 맛을 떠올리기보다 어릴 때 먹었던 기억이 더 큰 편인데, 이 곳에서도 다양한 체험을 하고 나니 애정이 생긴 기분”이라고 체험 소감을 전했다.
롯데리아는 올해로 45년이 된 햄버거 프렌차이즈다. 45년이라는 시간은 헤리티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올드하고 재미없다는 이미지도 공존한다. 하지만 최근 롯데리아는 기존의 편견을 깨는 신메뉴와 마케팅을 시도 중이다. 올해 롯데리아에서 출시된 왕돈까스버거와 오징얼라이브버거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햄버거 사이에 끼워진 거대한 왕돈까스와 오징어다리 튀김은 압도적인 비주얼로 1020 세대를 사로잡아 숏폼을 휩쓸었고, 출시 1개월 만에 80만 개, 10일 만에 70만 개가 팔리는 성과를 냈다. 아울러 롯데리아는 12년 만에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메뉴명을 개편했다. 이에 힘입어 롯데GRS는 올 상반기 4833억원의 매출을 내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231억원으로 전년보다 62.8% 증가했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그동안 동남아시아에 주력한 것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미국법인 롯데GRS USA를 설립했고 내년에는 ‘K-버거’로서 현지 1호점을 열 계획이다.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최근 롯데리아는 ‘근본이 없는 게 근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미국에서 들어와 한국식으로 재해석 됐기 때문에 ‘근본’을 주장하는 햄버거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덕분에 K-푸드가 글로벌 위상이 오르자 해외 브랜드와 달리 버거의 고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롯데리아에 아트를 더한 팝업스토어에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며 “특히 지금까지 롯데리아의 역사에 AI 콘텐트를 더해 미래의 롯데리아도 함께 느끼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