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강의 기적’이 불러온 독서 열풍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2000년대 초반 방영됐던 MBC 예능 프로그램 ‘느낌표’에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당시 해당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전 국민 사이에 독서 열풍이 불었고, 소개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됐었다.
이 코너에 선정된 책 목록을 살펴보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괭이부리말 아이들’, ‘야생초 편지’, ‘아홉살 인생’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이 많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기자도 읽은 기억이 있는 책들이다.
최근 독서 열풍이 다시금 불고 있다.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낭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한강 작가의 책은 뉴스 보도 직후 물량이 동나버렸고, 아침 일찍 서점에 책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긴 침체기를 겪던 출판업계와 제지업계는 화색이다. 인쇄소와 출판사들은 평소보다 수십 배 이상 밀려드는 물량을 소화하느라 주말 휴가도 반납하고 일한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지적 허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평소에 책 읽기에 관심도 없었던 사람들이 그저 유행에만 탑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허영이라면 얼마든지 지나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
한국인의 독서량은 10년 이상 꾸준한 감소세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독서율(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은 성인의 경우 43%에 그쳤다. 1994년 조사가 실시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에 그쳤다. 평균 책 구입량은 종이책 1.0권이다.
사실 나 자신도 할 말은 많지 않다. 가뭄에 콩 나듯 책을 구매하긴 하지만, 집이 좁아 보관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핑계로 그마저도 최소화해왔다. 이번 소식을 듣고 한강 작가의 책 몇 권을 구매하며 다시 독서를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