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희망퇴직 칼바람…비용 효율화 방점

글로벌 경기 침체·내수 경제 부진 장기화 등 영향 불확실성 확대에 인력 감축 등 비용 효율화 움직임

2024-10-16     최은서 기자
남한산성에서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재계에서 희망퇴직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력 감축 등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즉각적인 비용 효율화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경기 불황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경제 부진 장기화에 실적에도 타격을 받자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통신사들은 대대적인 인적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통신 기반 사업이 정체하자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희망퇴직과 자회사 재배치 등 인력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KT는 김영섭 KT대표 취임 이후 첫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KT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통신 네트워크 운용·관리 전담 자회사인 KT오에스피(KT OSP)와 KT피앤엠(KT P&M)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KT는 이와 동시에 신설 자회사에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 실시에 나설 예정이다. 본사 네트워크 관리부문 직원 5700여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이는 전체 본사 인력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760여명이 담당해 온 상권영업, 법인가치영업, 현장지원 업무 등 일부 비효율 사업은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KT 내부에서 유출된 '현장 인력구조 혁신 방안' 문서에 따르면 5700여명 중 3800명이 신설 자회사 2곳으로 전출된다. 나머지는 직무 전환이나 특별 희망퇴직을 받는다. 이를 두고 KT는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회사로 전환을 위한 인력 혁신 차원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노조와 사전 협의 없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KT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KT노조는 "조합원의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저하, 특히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밀어붙이기 식 조직개편 추진에 대해서는 절대로 받아드릴 수 없다"며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철야농성에 나섰다.  SK텔레콤도 파격적인 위로금 카드를 꺼내들며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나섰다.  2019년부터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운영 중이던 사내 퇴직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 격려금 규모를 최대 3억원으로 높였다. 희망자는 2년간 유급 휴직에 들어가 창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본 뒤 본인 의사에 따라 복직 또는 퇴직을 선택할 수 있다.  앞서 SK그룹 자회사들도 희망퇴직에 나섰다. 최근 SK온은 구성원들에게 희망퇴직과 자기개발 무급휴직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자회사 SK키파운드리도 만 45세 이상 사무직,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희망퇴직은 유통업계 전반으로도 번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 코리아세븐은 1988년 법인 설립 이후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희망퇴직 대상은 만 45세 이상 또는 현 직급 10년 이상 재직 직원이다. 대상자에게는 18개월 치 급여와 취업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을 제공한다. 롯데그룹의 다른 유통 계열사인 롯데온, 롯데면세점도 지난 6월과 8월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앞서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지난 3월과 6월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7월 SSG닷컴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이어 9월에는 G마켓도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HDC신라면세점도 지난 8월 희망퇴직을 단행해 몸집을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