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4명 중 1명, “재산 다 쓰고 가겠다”
자녀 상속 대신 자신·배우자 위해 사용 의향 늘어
2024-10-16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노인 4명 중 1명이 재산을 상속하는 대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6일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남에게 상속하겠다는 비율은 기존 13.3%에서 6.5% 줄었다. 복지부는 지난 2008년부터 3년 주기로 65세 이상 노인의 사회·경제적 활동과 생활환경 및 가치관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인 1만78명을 방문·면접 조사했다. 이번 조사를 살펴보면 노인이 생각하는 연령이나 재산 상속 및 장례 방식 등에 변화가 감지됐다. 재산 상속 방식은 △모든 자녀에게 골고루 상속(51.4%)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 24.2%) △부양을 많이 한 자녀에게 많이 상속(8.8%)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녀에게 많이 상속(8.4%) △장남에게 많이 상속(6.5%) 순이다.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지난 2008년 첫 노인실태조사에서 9.2%에 불과했지만, 올해 20%를 넘겼다. 지난 2014년 15.2%를 기록한 이래 2017년 17.3%에서 2020년 17.4%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산 상속에 관한 가치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 진입했는데 이들은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본인이 사용하고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장남에 더 많은 재산을 주겠다는 응답은 지난 2008년 첫 번째 조사에서 21.3%에 달했지만, 2020년 13.3%까지 떨어졌고 이번에 6.5%까지 떨어졌다. 선호하는 장례 방식은 △화장 후 납골당(38) △화장 후 자연장(23.1%)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19.6%) 순이다. 화장 후 납골당을 택한 비중은 지난 2020년 대비 4.7%p 높아졌지만, 매장을 택한 비중은 6.1%로 5.5%p 낮아졌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비중은 26.5%로 지난 2020년 대비 1.6%p 낮아졌지만, 친목 단체에 참가하는 비중은 54.2%로 10.1%p 높아졌다. 스마트폰 보유율은 지난 2020년 56.4%에서 지난해 76.6%로 올랐지만, 노인 67.2%는 여전히 '정보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다'라고 호소했다. 노인들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 기준은 평균 71.6세였다. 지난 2020년 70.5세 대비 1.1세 상승한 수치다. 전체 노인 79.1%는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조사 결과 이전 세대 대비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도 등장했다. 소득별로는 △연소득 3469만원 △개인 소득 2164만원 △금융자산 4912만원 △부동산 자산 3억1817만원으로 모든 항목이 2020년 조사 대비 올랐다. 지난 2020년 당시 △가구 소득 3027만원 △개인 소득 1558만원 △금융자산 3213만원 △부동산 자산 2억6183만원 등이다. 가구 소득 구성은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53.8%) △공적 이전소득(25.9%) △사적 이전소득(8%) △재산소득(6.7%) 순이다. 최종 학력에서 고등학교 졸업 비율은 지난 2020년 28.4%에서 31.2%, 같은 기간 전문대 이상 졸업자는 5.9%에서 7%로 높아졌다. 일하는 노인 비중은 지난 2017년 30.9%에서 2020년 36.9%를 기록한 후 지난해 39%으로 높아졌다. 종사 직종은 △단순 노무(33%) △농림어업 숙련노동(20.3%) △서비스 종사자(14.4%) △판매 종사자(12.5%) 순이다. 우울함이나 낙상 및 외래진료 이용 등 노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소폭 개선됐다. 건강 상태 관련 지표를 보면 △우울 증상 보유(11.3%) △최근 1년 낙상사고 경험(5.6%) △최근 1개월 병의원 외래진료 이용(68.8%)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대비 각각 2.2%p와 1.6%p 및 1.8%p 낮아진 수치다. 노인들은 평균 2.2개의 만성질환을 보유했고 3개 이상을 가진 노인은 35.9%였다. 만성질환이 없는 노인은 13.9%다. 신체적 기능에 제한이 있다는 18.6%의 노인을 상대로 돌봄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47.2%는 돌봄을 받고 있었다. 돌봄제공자가 ‘장기요양보험서비스’라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 2020년 19.1%에서 30.7%로 올랐다. 이어 △그 외 가족(81.4%) △친척·이웃 등(20%) △개인 간병인 등(11%) 순이다. 노인 가구 형태는 △부부 가구(55.2%) △1인 가구(32.8%) △자녀 동거 가구(10.3%) 순이다. 이 중 1인 가구인 ‘독거노인’ 비율은 지난 2020년 19.8%보다 13%p 급등했지만,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20.1%에서 9.8%p로 급락했다. 독거노인 비율이 늘자 평균 가구원 수는 2명에서 1.8명으로 줄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예전보다 1인 가구 상태로 노년기에 진입하는 비율이 늘었다”며 “85세 이상에서 사별 후에도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거노인의 경우 다른 가구 형태보다 주관적인 건강 상태를 인식하는 비율과 우울 증상 및 생활상 어려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열악했다. 독거노인 중 ‘건강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4.2%로 노인 부부 가구 48.6%보다 낮았다. 우울 증상을 가진 비율은 16.1%로 노인 부부 가구 7.8%보다 높았다. 자녀와 연락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67.8%에서 2023년 64.9%로 줄었다. 전체 노인 9.2%는 연락할 수 있는 자녀마저 없었다. 전체 노인 3.2%는 자녀와 연락 두절이었고 6%는 살아있는 자녀가 없는 상태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새로운 노년층 소비력과 역량 및 고령층의 전반적인 의료·돌봄·복지 수요, 1인 가구 증가 등 변화된 여건을 토대로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