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었나… 5대 저축銀 깜짝실적

부동산PF 정리해 대손충당금 쌓아 여신영업도 활기 이자수익도 늘어

2024-10-17     최재원 기자
국내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대형 저축은행들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3분기 약 2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5500억원대의 적자를 냈던 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도 3804억원의 적자를 이어갔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예상 외 흑자를 냈다.

특히 3분기 동안 대형 저축은행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는 약 8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분기 325억원, 2분기 279억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3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500억원가량 늘어났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 300억원 이상, 나머지 4곳은 50억~100억원가량의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분기 5개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던 OK저축은행 역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같은 저축은행업권의 실적개선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부실 사업장 정리를 통해 기존에 쌓아 놓았던 대손충당금 일부가 이익으로 환입된 것이다. 앞서 올해 상반기에는 PF 대출 부실 영향에 충당금을 전년보다 20.5% 늘리며 저축은행들의 적자폭이 확대되기도 했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에 따라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을 경공매나 자율매각 등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금융당국에 향후 정리 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고금리 장기화, 경기 침체 등이 지속되면서 업황이 악화한 영향으로 지난 1분기 64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지난 2014년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순이익은 건전성 개선에 집중하며 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30% 증가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1분기 기록한 적자는 대손충당금을 과하게 쌓은 영향도 컸다”면서 “건전성 관리에 지속 힘쓴 결과 이번 분기 순이익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신 영업이 늘어나면서 저축은행의 이자 수익이 늘어난 것도 흑자전환의 계기가 됐다.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시기 대출 영업을 축소해왔는데, 최근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는 등 조달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대출 여력이 생겨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가 내려가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기준금리가 낮을 때 예대마진이 확대된다. 이는 저축은행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에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을 찾는 주요고객은 대출상환 능력이 낮은 중저신용자로, 이들에게는 대출금리가 높게 적용된다. 예금금리가 1~2%일 때도 평균 대출금리는 10%대 초반부터 법정 최고금리인 20%에서 형성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내년부터는 저축은행 업권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건전성 우려가 남아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한 부실 저축은행 3곳과 8월 추가로 경영실태평가에 착수한 4곳의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무리했다. 금감원은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 금융위원회에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신규 자산 증가보다는 보수적인 리스크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