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中企제품 공공구매제도, 실효성 제고해야

중소기업 판로확보 및 매출증대 돕는 제도 5년간 공공구매 미달성 기관 63건 이르러

2024-10-17     김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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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판로지원을 목적으로 마련된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 미달성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판로지원, 매출 증진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다. 지난 2006년 마련된 이후 시행돼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이 127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당초 계획(118조40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고 지난 4월 23일 국무회의에서 밝혔다. 판로지원법에 따라 지난해 중소기업 제품 구매 목표를 이행해야 하는 공공기관 854곳의 구매액이 127조원을 넘어 2006년 제도 시행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중기부에 제출한 올해 중소기업 제품 구매 목표액은 119조1000억원이며 이는 공공기관 전체 구매액의 약 75% 수준이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되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만큼, 우리 기업들은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4년 10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기업 경영상 애로사항은 내수부진이 61.2%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인건비 상승(45.4%), 업체 간 과당경쟁(33.4%), 원자재가격 상승(29.9%) 순이었다. 공공조달이라는 안정적인 판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다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 실적’ 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달성 기관은 63건이며 금액은 약 3조원이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사전협의를 통해 목표를 대폭 낮춘 뒤 초과 이행하는 방식으로 꼼수를 쓰는 기관이 총 33건, 금액은 약 2조2913억원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5978억원 △2020년 1조8080억원 △2021년 3617억원 △2022년 354억원 △지난해 1074억원이다.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는 현행법상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 법정비율을 5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행하지 않을 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불이익이 가해진다.

그러나 실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반영되는 점수는 100점 만점에 0.0375점에 불과해, 미미한 수준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은 사전협의 조항을 악용해 실제 구매비율보다 목표를 현저히 낮게 설정해 초과달성하는 방식으로 경영평가 상 불이익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희 의원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공공차원에서 마련된 공공구매제도를 해마다 지키지 않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공공구매제도 미이행에 따른 불이익을 강화하는 한편, 법·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꼼수도 방지할 수 있도록 세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지방 공공기관의 경우 지역 내 기업 제품 구매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상품 우선구매 시책 등을 적극 활용해 지역 내 기업 제품을 구매함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된다면 제품 개발 등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며 “또 지방공기업 등이 지역 내 기업들의 제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이용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신규 지정’이 내년부터 시행돼 3년간 효력을 발휘한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공공조달 제도다. 판로지원법 제6조에 따라 중기부 장관이 지정한 제품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조달계약 체결 시 중소기업자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에 기여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