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아직 변수 남았다…승기 잡기 총력전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가능성 금감원 회계심사·법정 공방도 남은 변수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 이상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처럼 보이지만 '캐스팅보트'로 평가되는 국민연금의 판단이 남아있는데다 금융당국 조사와 법정 다툼도 미지수여서 양측이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지난 14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의 결과를 공시했다. 영풍·MBK는 이번 공개매수로 기존 33.13%에 5.34%의 추가 의결권 지분을 확보했다. 최대 목표 수량으로 설정한 14.6%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고려아연 측 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셈이다.
이에 영풍·MBK는 빠른 시일 내 임시 주총 소집을 열어 자사에 유리한 이사진 선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르면 내달 임시 주총을 소집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고 경영권을 가지고 오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먼저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마치면 지분율은 36.49%까지 오른다. 영풍·MBK 측과 불과 2%포인트 안팎의 차이다. 국민연금이 중립을 깬다면 희비가 뒤바뀔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최 회장 측 편에 섰다. 또 최 회장 측은 갖고 있던 자사주 2.4%를 우호세력에 매각하거나 맞교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주식 교환 방식으로 우호세력에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자사주 2.4%가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바뀌면 그만큼 영풍·MBK가 확보한 지분율을 낮출 수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의 회계 심사도 변수다. 고려아연은 MBK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발생한 '단시간 내 주가 급락'에 대해 시세조종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부터 꾸준히 상승해 13시 12분 최고가인 82만원을 찍었다.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상향하면서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다 주가는 두시간 만에 이날 최저가인 77만9000원까지 폭락했고, 결국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00원이 줄어든 79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고려아연은 주가가 최고가를 찍은 이후 특정 시간대 여러 차례 매도량이 급증한 점을 봤을 때 특정 세력의 의도적인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와 별개로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끝난 다음날 양측을 상대로 본격적인 회계 심사에 착수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투자주식 손상이나 충당부채 등 의혹을 들여다보고, 회계처리기준 위반 등 문제가 포착되면 감리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양측의 법정 공방도 남아있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영풍·MBK에 반발하며 경영협력계약 이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영풍과 MBK의 의결권·콜 옵션 등 경영협력계약이 MBK에 일방적으로 유리해 결국 영풍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맞서 영풍·MBK 측은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실질 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지난 2일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을 한 차례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의 향후 판단에 따라 최악의 경우 어느 한쪽의 공개매수가 법적 효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