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숙인 이복현 원장 "가계대출 불편 사과"

"정부 내 엇박자가 있던 것은 아냐"

2024-10-17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이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해 정부와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에 "가계대출 관리 과정에서 국민께 불편을 드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7~8월 가계대출 쏠림 같은 경우에는 과점적 형태의 은행 시장이 작동을 제대로 안 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감독행정 범위 내에서 과거 포트폴리오 관리계획을 제출한 것에 맞춰 (은행에) 연내 관리해 달라고 요청한 의도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지난 7월 이후 여러 차례 은행의 대출금리 결정에 구두로 개입했다. 그러다 시장에 혼선을 초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가계부채 관련 은행장 간담회' 이후 고개를 숙였던 전례가 있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가 엇박자를 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 원장은 "정부 정책과는 우리 경제팀 내에 다 협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관련 메시지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라며 "정부 내에 엇박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나 가계대출 급등 등 시장 쏠림현상이 있을 때 어떤 형태로 역할을 해야 되느냐는 다양한 가치관이 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연기했다는 비판과 관련해선 어쩔 수 없었던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고 취약층에 대한 여러 이슈도 있었다"며 "다양한 거시경제 운영을 같이 하다보니 기재부 등과 논의를 통해 (도입 연기)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국민의 금융비용 부담 가중 우려에는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 시장의 문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조금 더 타이트한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주담대 시장에서는 조금 더 가산금리 등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이자 부담 경감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분석을 한 결과 기준금리 인하가 짧게는 한두 달 이후부터 다수의 차주에게 실질적으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이상 되는 이자경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내수나 특정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기준금리 인하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인해 조금 더 완화적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