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치 쌓인 협상…삼성전자 노사, 본교섭 순항할까
삼성전자 노사 17일 3년치 협상 돌입 삼성 위기론 속 임단협 장기화 우려도 “감정 빼고 철저한 논리싸움으로 가야”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본교섭을 재개한다. 노사 갈등을 봉합하고 3년치 협상을 속도감 있게 매듭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날 오전 기흥캠퍼스에서 상견례를 갖고 오후 2시부터 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했다. 본교섭은 2주간 3회 진행되며, 오는 21일 임금협상을 가진 뒤 23일과 30일 단체교섭에 돌입한다.
이날 노조 측에선 손우목 위원장과 이현국 부위원장, 허창수 부위원장 등 7명이, 사측에선 김형로 대표교섭위원과 전대호 교섭위원 등 총 5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노사의 교섭 재개는 지난 7월 노조가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을 단행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앞서 노사는 2023년과 2024년 임금 인상률, 성과급 제도 개선 등에 대해 협상했지만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고 전삼노는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전삼노는 지난 8월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협업에 복귀했다. 이후 전삼노는 교섭 창구 단일화를 거쳐 지난 3일 대표교섭권을 재확보했으며, 8일 노사 실무교섭을 통해 교섭 일정을 확정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위기감이 감도는 삼성전자의 이번 임단협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측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둔 전삼노 측의 지난 발언은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앞서 손우목 위원장은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장기 플랜으로 전환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이번 협상에서도 경영진 책임론을 앞세워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직원 처우 개선, 위기 대응책 마련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치의 임단협도 부담이다. 앞서 해결하지 못한 2023, 2024년 임단협과 2025년 임단협 등 3개년 협약에 노사가 뜻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어려운 대내외 상황을 감안, 사측이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일종의 '반성문'을 내놓고 조직문화 재건 등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성적을 거두며 우려를 키웠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실적 눈높이를 낮추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약 12조2000억원으로 지난 8월보다 15%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힘겨루기 양상을 띠는 가운데 누가 논리적으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설득력 있게 접근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논리 개발과 더불어 노사 간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노련하고 세련된 협상 스타일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감정이 끼지 않은 철저한 논리싸움 속 유화책도 적절히 필요한데,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면 노조 측이 더 강하게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