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전히 부족한 공급··· 전셋값→매매값 상승 속수무책
향후 몇 년간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폭 확대 전세 시장, 매매가격 선행지표···대출 규제 관건
2025-10-17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올해에 이어 내년과 내후년 전국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셋값 오름세는 물론, 매매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공동주택(30세대 이상 기준) 입주 예정 물량은 27만5183호로 추산된다. 올해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36만4418호) 대비 24% 줄어든 수치다. 수도권에선 경기도에서 내년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이 7만4092호로, 올해(11만6595호)보다 36% 감소할 전망이다. 인천은 올해 3만3415호에서 내년 2만9950호로 10% 줄어든다. 이 밖에 광주에서 올해 대비 64% 감소(올해 1만1946호→내년 4300호)로 감소 폭이 가장 크다. 대구(2만3278호→1만3120호)와 경북(2만1563호→1만1955호)은 각각 44%, 45%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서울은 올해 2만8664호에서 내년 3만1365호로 9% 증가한다.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만 보면 감소 폭은 더욱 크다.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4만4259호로 올해(33만2609호)보다 27% 급감한다. 이는 2013년(19만9633호)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 2년여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으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막히고 금융 조달 부담도 커지면서 시행·시공사에서 새 아파트 발주 및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결과다. 특히 수도권 분양 물량은 2020년부터 감소세다. 2020년 10만9306호에서 2021년 10만6872호로 소폭 감소했고 2022년에는 8만7170호까지 줄었다. 올해는 작년(6만8633호)보다 8753호 줄어든 5만9850호로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대비 2026년 상반기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서울(2만2839호→1만8165호) △경기(5만5620호→3만1332호) △인천(1만7277호→9392호)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감소 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에선 예고된 입주 물량 감소를 비롯해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양상과 똘똘한 한 채 선호 등으로 새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고 전세 호가가 오르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아울러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작년 한 해 동안 지방은 물론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내림세가 두드러졌지만, 수도권 선호 입지를 중심으로 전셋값 약보합·상승은 이어졌고 이후 올들어 본격적으로 매맷값까지 상승 전환했다. 최근 매매가격 상승 폭이 둔화됐지만, 오름폭이 커진 전셋값이 잠잠한 매매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한 대목이다. 정부의 공급 대책과 무관하게 당장 몇 년간 실제 공급은 늘지 않고, 강한 대출 규제로 매수를 억누르면 전세 수요와 전셋값이 오히려 팽창해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25년도 부동산시장 전망에서 "스트레스DSR 2~3단계 적용 등 수요자 차입 여력 제한에도 전세·매매 공급 감소와 매물 부족이 매수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단기적으로 수도권 아파트 등 선호 매물이 수요보다 부족하고, 중장기적으로 착공 및 입주 물량 감소로 공급 부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수요자 입장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도 내년 가격상승을 예상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 미국이 저금리로 선회하는 추세이고 2026년 서울 수도권 입주량이 급감하기 때문에 전세·매매가격이 동시에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