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판 반덤핑 조사 내년 하반기 전후 결론…철강-조선 가격협상 장기화 조짐
정부, 반덤핑조사 개시…6개월~1년 소요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되면 철강사 주도권 中 경기 부양책도 가격 협상에 또 다른 변수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제조나 건설용 철강재로 사용된다. 조선용 후판은 철강사 후판 매출의 절반 이상, 조선사는 선박 건조 비용의 20~30%를 차지해 양쪽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7월 가까스로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끝낸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곧바로 이어진 하반기 협상에서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후판에 대한 정부의 반덤핑 조사가 시작되면서 하반기 협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지난 7월 신청한 중국산 저가 후판 대상 반덤핑 제소를 받아들이며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중국 사강·시노 등 5곳이며 6개월에서 1년 내로 판정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중국의 후판 덤핑 행위가 있었다고 최종 판정되면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국산보다 톤당 10~15% 저렴하다. 한국무역협회의 지난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으며 수출 단가는 19.4% 하락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로는 올 1~9월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88만7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만9000톤)보다 8.3% 늘었다.
산업부의 판단에 따라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 관세 부과로 중국산 후판가가 비싸지면 국내 유통가 저점도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로선 호재인 반면 조선업계에선 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협상은 톤당 90만원대 초반으로 마무리 되며 90만원 중반대인 지난해 하반기 보다 낮아졌다. 두 업계 간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아 통상 협상 마무리 시점인 5월보다 두 달 정도 늦어졌다.
후판 가격 협상의 또 다른 변수로 중국의 대대적 경기부양책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9.24 대책'을 발표하며 200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과 38조원 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부동산 부양 대책으로는 주택 담보 대출 금리 완화를 약속했다. 경기 활성화로 인한 철광석·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북중국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경기부양책 발표 전인 9월 23일 89.35달러에서 10월 7일 기준 109.1달러까지 치솟았다.
김원배 현대제철 판재사업본부장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의 상장된 17개 철강사 중 12개 철강사가 적자인 만큼 실적 개선을 위해 하반기 철강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철강 내수 수요가 반등하고, 제품 가격 인상으로 한국 철강 대비 가격경쟁력 우위가 희석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단기간에 결판 나기 힘든 국내 후판 가격 협상에서도 철강업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다만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이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목표 5%에 못미치는 4.5%로 추정하는 등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시장에 여전히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는 점차 장기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철광석 가격도 부양책 발표 한 달 가량 지난 현재 99.75달러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