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위기감 확산에...재계, 11월 조기 인사 칼바람 부나
조기인사 카드로 조직 분위기 쇄신,‧긴장감↑ 반성문 낸 삼성, 큰 폭의 조기 인사 가능성 SK, 대규모 임원감축 무게…리밸런싱 가속화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재계 위기감이 전방위 확산하며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 대선, 지정학 긴장 등 불확실성이 지속하며 주요 그룹의 연말 조기 인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상 12월 초께 인사를 발표해온 삼성전자는 최근 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부회장)이 직접 위기론을 거론한 만큼 인사 시기를 11월로 당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위기 대응을 위해 11월 말에 인사를 시행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큰 폭의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DS부문의 사업부 수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DS부문에는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등 3개 사업부가 있다. 이정배 사장은 지난 2020년 말 메모리사업부장에 올랐고 2022년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최시영 사장과 박용인 사장은 각각 2020년 말, 2021년 말 파운드리사업부장과 시스템LSI사업부장에 선임됐다. 이들 모두 3~4년간 자리를 지킨 셈이다.
전영현 부회장은 올 3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일종의 반성문을 내고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다"고 언급,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구원투수격으로 DS부문장으로 복귀했다.
SK그룹도 전체 임원인사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계열사별 임원 규모를 20% 이상 감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 지난 17일 SK에코플랜트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조기 단행했는데, 기존 임원의 20% 이상이 교체됐다. 이는 최태원 회장의 리밸런싱(구조조정)이 보다 속도감있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달 1일 출범하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법인의 임원인사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미 고위급 임원들에겐 합병 후 거취에 대한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 합병은 SK '리밸런싱'의 핵심으로,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SK온 역시 상당 규모의 임원 감축이 점쳐진다.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의 여파로 출범 후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앞서 SK그룹은 이례적으로 SK에코플랜트, SK스퀘어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의 연중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통해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또 올해 내내 비주력 자산 매각과 합병을 잇따라 단행하며 위기 대응력 제고에 힘을 쏟았다. 이달 말 사흘 일정으로 개최될 예정인 'CEO 세미나'에선 내년 경영 전략을 구체화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역대 최고 수익성을 보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연말 대규모 승진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대표이사·사장 인사는 11월, 임원 승진 인사는 12월에 실시해 왔다.
일각에선 올해 정의선 회장 취임 4주년을 맞아 신성장 부문을 중심으로 파격 인사를 점치기도 한다. 정 회장은 일찌감치 그룹의 체질개선에 힘을 쏟아왔으며, 전동화와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역량 강화를 위한 외부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LG그룹은 사업보고 결과를 토대로 11월 말~12월 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LG그룹은 매년 상반기에는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전략 보고회를, 하반기에는 경영실적과 다음해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사업 보고회를 열고 있다. 재계에서는 LG전자의 체질개선 선봉장으로 나선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지난해부터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