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수사' 지켜보자더니... 與 공수처 폐지론에 尹 임명 처장도 '발끈'

공수처 국감서 與 "공수처 이제 폐지해야" 오동운 공수처장 "수사 성과 내고 있다"

2024-10-20     이현민 기자
오동운

매일일보 = 이현민 기자  |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수사 능력과 실적 등을 이유로 '공수처 폐지론'을 주장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 당시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어 사실상 자기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공수처 국정감사를 통해 "공수처는 이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의원은 미약한 기소율과 기밀유출 문제 등을 거론하며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과거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수사 성과 등을 이유로 들며 채해병 특검의 불필요함을 주장한 바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이제 (오동운 공수처장 임명으로) 리더십 공백 사태도 해결됐다. (윗선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도 없고, (공수처가) 대통령 눈치를 살필 이유도 없다"며 "지금은 먼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볼 때"라고 언급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당시)도 "오히려 특검이 필요 없다"며 "공수처가 수사를 잘하고 있어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를 지지했던 여당이 입장을 번복하자 오동운 공수처장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오동운 처장의 발언이었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오동운 공수처 처장은 지난 14일 수사 역량 지적에 "공수처 설립 취지에 맞게 나름대로 수사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1996년 검찰 개혁 일환으로 설치 논의가 꾸준히 제기됐던 공수처는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발족됐다. 그러나 인력 문제로 인한 수사력 부족 등은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혀왔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과도한 '공수처 힘 빼기'를 자행함에 따라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거 아니냐는 분석 역시 제기됐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공수처의 수사 지원 예산이 올해 대비 17%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채 해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검사 연임 재가 역시 미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수처에 대한 지원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재 25명에서 50명까지 두 배로 늘리고, 공수처 수사관도 최대 70명까지 증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성윤 의원은 "현재 공수처는 인력이 너무 적다며 수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사실상 수사검사 10명이 중요 사건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도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지원의 문제이다. 정부·여당이 공수처에 대한 안정적 지원을 선행 하지 않고 폐지론을 주장하는 건 잘못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