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주권 강화에 디지털세 도입도 예상…R&D로 대응력 갖춰야

미국·EU·중국 등 자체 AI 기술 확보 총력…AI 주도권 위해 디지털 무역장벽 강화 주요국 AI R&D에 대대적 투자 단행…우리 정부, 산업 수요형 AI R&D 투자 필요

2024-10-21     오시내 기자
미국,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인공지능(AI) 주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 정부도 연구개발(R&D)을 통한 대응력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AI가 산업적 이용을 넘어 국가안보 영역에서도 활용되면서 주요국들이 자국 중심 AI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AI주권은 자국 언어와 문화를 기반으로 학습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모델을 국가 안보 등 분야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편향성, 할루시네이션, 개인정보침해 등 AI가 가진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국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AI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편향성은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일정 정보에만 치우치는 것을 말한다. 할루시네이션은 AI가 잘못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도출하는 오류를 말한다. 각국 정부는 AI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통적인 방법의 수출통제와 함께 국제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무역장벽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10월부터는 AI 시스템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대중 수출통제를 시행 중이다. EU의 경우에는 지난해 12월 인공지능법(AI Act)를 최초로 승인해 AI를 사전 규제하는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중국은 2022년 9월 자국 내에서 생성된 통신, 국방, 에너지, 금융 관련 중요 데이터를 국외로 전송하기 위해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AI와 밀접히 연결되는 디지털세 부과 논의도 부상되고 있다. 지난해 포괄적 이행체계(IF)는 143개국 중 138개국의 승인을 거쳐 디지털세 주요 내용 및 이행조치를 담은 성명문을 발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성명문에는 고정사업장 유무에 관계없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과세권을 배분하고, 다국적기업이 최소 15%의 법인세를 납부하도록 해 기업들이 저세율국가로 소득을 이전할 유인을 제거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각국 정부는 AI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기업과 대학의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R&D를 선도하고 있다. ‘국가 AI 이니셔티브실(NAIIO)’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에 설치하고 국립과학재단(NSF)을 통해 연방정부 기관, 고등교육기관, 기타 관계 기관을 연계한 AI 연구 거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해 5월에는 AI 연구 거점 7개를 신설, 총 25개의 연구 거점에 약 5억달러의 지원을 발표했다. 각 연구 거점에서는 학제간 연구나 차세대 인재 육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내년도 추가 예산으로 약 4770만달러를 요청해 인적 자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영국은 대학을 중심으로 AI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까지 폭넓은 AI R&D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3월 ‘영국 과학기술 프레임워크’에서 AI를 5대 중요 과학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AI 분야 연구자 육성 및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만 12개의 새로운 연구 센터에 1억1700만파운드가 투자됐으며, 향후 8년간 약 900명의 박사 과정 학생을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AI에 방어적 기조를 보이는 EU도 AI 응용을 위한 R&D를 추진 중이다. 올해 1월 유럽위원회는 AI 혁신을 위한 정책 패키지를 구축,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발표했다. 중국 역시 대규모 정부 투자를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AI R&D와 응용을 위해 디지털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AI플러스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기도 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우리 정부도 AI R&D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AI 신뢰성 기술, 생성형AI 기술, 경로 탐색 및 모델 최적화, 강화학습 기술 등 산업 활용도와 수용성 측면에서 높은 인식 수준을 보이지만 국가 R&D 규모는 부족한 세부분야에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AI 정책 및 R&D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산업계의 인식과 수요를 반영해 활용도 있는 기술을 공급할 필요도 있다.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AI 도입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아직 약 20%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AI는 정부가 정책 기조로 내세울 만큼 우리나라를 더불어 세계적으로 주요한 이슈”라며 “R&D 투자를 늘리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며, 특히 기업과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AI 기술을 파악해 이에 맞는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실질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