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대출규제… 부동산 시장 혼란 가중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유예 실수요자 혼선 이미 DSR 규제 부작용에 지역 양극화 심화
2025-10-21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대출심사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디딤돌대출 한도 축소)가 났고 이번에는 반대로 유예 소식이 전해졌다. 관련 뉴스를 보자마자 축소 기준이 신청일인지 시행일인지부터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지 다시 계산해야 하는 등 불편이 컸는데 또 말을 바꾸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서울 강서구 30대 예비부부)
금융당국이 기습적으로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유예하는 등 주먹구구식 대출규제를 펼치자 부동산 시장 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1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디딤돌대출을 수탁·운영하는 은행 등에 이날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등 규제 잠정 유예를 요청한 상태다. 디딤돌대출은 주택가액 5억원 이하 집일 경우 최대 2억5000만원(신혼가구 및 2자녀 이상 가구 4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한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 70%(생애최초 구매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지난 16일 국토부와 HUG는 국내 주요 은행에 디딤돌대출을 포함한 주택도시기금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 관련 내용을 보면 생애최초주택마련 LTV 기준은 80%에서 70%로 낮췄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소액임차보증금액을 대출금에 포함해줬지만, 이를 제외해 대출 규모를 줄이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갑작스러운 대출 한도 축소로 수요자 혼란과 반발이 커지자 국토부는 이를 일단 유예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혼란이 심해 일단 유예한 것”이라며 “추후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에도 국토부 측은 ‘정책대출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간 금리 차이가 일정하게 유지될 필요가 있다’라며 정책대출 금리 인상을 한 차례 시사했다. 지난 9월에는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했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그 결과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5.85로 전월보다 하락했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청약쏠림은 심화됐다. 실제 서울의 지난 9월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396.8대 1로 지난 2018년 이래 월간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똑똑한 한 채’ 인기도 여전해 지역별 양극화는 심해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빅데이터랩장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똘똘한 주택으로의 교체 수요가 많았다”며 “현 주택시장은 저금리에 대세 상승기가 아니어서 가격 회복 탄력성이 좋은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이 강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실수요자 혼란만 커졌다. 결혼을 앞둔 B씨(32·화성)는 “상담 대기 중인 상황인데 정부가 또 말을 바꾸기 전 최대한 빨리 마무리(대출 절차)할 계획”이라며 “수도권에서 귀한 5억원짜리 아파트를 겨우 찾았다 해도 10%(LTV 비율)면 약 4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데 결혼비용까지 고려하면 내 집 마련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강동구 소재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약 일주일 사이 축소→유예 발표가 난 근본적인 원인은 곳간(공사 자금)이 말랐다는 뜻 아니겠냐”며 “디딤돌대출 축소가 일단 멈췄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이지 못하단 걸 이들이 증명한 꼴로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이가 늘며 가격이 오를 수도 있기에 수요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부동산 대책에 귀를 기울이며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