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하자 우리나라도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우리나라의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완화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다수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내수 부진을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4000명을 기록했다. 이 중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은 11만 3000명(20.0%)으로 나타났다. 장기 실업자의 비중은 외환위기 때의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취업자 수도 지난달 기준으로 14만여 명 증가에 그치면서 3개월 째 10만 명대를 머물고 있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증가 폭이 27만명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취업자 증가는 대부분 고령층이었다.
정작 취업이 절실한 세대인 청년층과 중년층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고용 둔화·내수 부진 등 경제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나타내는 지표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은행이 금리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가격 상승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어서다.
부동산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작하면서 부동산담보대출의 규모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부동산가격 안정, 국내 경기 활성화, 가계부채 억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해야 한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게 되면 가계대출의 증가나 집값 상승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가계대출의 증가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정책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통한 부처 간 정책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우선, 부동산가격안정, 국내 경기 활성화, 가계부채 억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에 따라 종국에는 국내 경기가 활성화돼 일정 수준의 부동산가격상승이나 가계부채의 증가는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에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은 새로운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향후 인구나 가구 수의 감소로 부동산시장은 현재의 걱정보다 안정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건축기술의 발달로 공급원가의 하락, 새로운 주거유형의 출현 등으로 새로운 부동산시장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여지도 있다.
현재 세계 경제는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잠재해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미·중국 무역분쟁, 2개의 전쟁,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세계 정세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시장의 표면적 지표에 집착하기보다는 복잡한 역학구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