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가균형발전 본격화…政, ‘특구 팔도’ 활력소 불어넣는다

‘수도권 쏠림’ 현상 가속화 대책 마련 8개 시·도 23개 지역 1차 ‘특구’ 지정

2024-10-21     김혜나 기자
한덕수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또 한 번 드라이브를 건다. 기획발전특구를 지정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및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세법개정안도 마련했다.

균형발전의 필요성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한국의 일자리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쏠린 만큼,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이 늘며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도 발생하는 추세다.

21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20대 3만6000명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지난 10년간(2013년∼2024년 상반기) 청년층 60만명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2010년 초반 4만명 수준의 청년인구 유출이 최근 6만명까지 증가하면서 지역 노령화, 국가균형발전 저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도 수도권 기업에 집중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지역 중소기업 연구개발 투자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소기업 전체 연구개발비의 65.4%, 특허의 66.7%가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 동향을 보면 대기업은 연구개발비의 95.5%를 수도권에 투자하며, 특허의 88.1%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중견기업도 69.4%를 수도권에 투자했으며, 특허의 73.9%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벤처투자 데이터 플랫폼 ‘더브이씨’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동향에선 서울·경기 소재 기업들이 차지한 투자 건수가 69%, 투자 금액이 75%에 이른다.

정부는 ‘기회발전특구’를 지정하고 국토균형발전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기회발전특구는 각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선정한 지역별 비교우위 산업에 속하는 기업을 유치하고 지원해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국토의 균형된 발전을 도모하는 경제특구다. 지난해 10월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추진방안을 확정한 이후, 각 시·도의 신청에 대한 심의를 거쳐 지난 6월 1차로 경남·경북·전남·전북·부산·대구·대전·제주 등 8개 시·도의 23개 지역을 지정했다.

또한 기회발전특구제도에 대한 상속세 혜택도 마련했다. 기존 가업상속공제 체계 내에서 적용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공제금액의 상한을 철폐한다는 계획이다.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은 현재 중소기업과 매출액 5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한정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회발전특구 내에 창업하거나 수도권 과밀억제 권역에서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한 중소·중견기업은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제외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해비치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뒤떨어진 가업 승계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조치”라면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해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 금액은 현재 피상속인의 가업영위기간에 따라 300억원에서 600억원까지 공제할 수 있으나, 이번 개정안에 따른 적용대상에 해당하면 가업영위기간에 상관없이 공제액 한도를 폐지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획발전특구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균형발전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규제자유특구와 글로벌혁신특구 등 다방면에서 지역과 수도권의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 수립이 진행 중이다.

충청북도 소재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최근 20대 또는 30대 청년 지원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방의 청년 유출이 체감되는 대목”이라며 “각 지자체에서 주거비 등 생활을 지원하거나, 지방 창업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층을 막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선택지 자체가 수도권에 훨씬 많이 자리 잡은 만큼 불가피한 현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단순한 기업의 구인난을 넘어 지역경제의 활력이 저하될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며 “청년층이 지방에 남을 만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