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만남에도···'김건희 리스크' 두고 與 잡음 계속될 듯
친윤계, '김건희 리스크' 거론 한동훈에 '불만' 韓 취임 100일 기점으로 내전 본격화 가능성
2024-10-21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만남이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지만,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한 여권 내 잡음이 당장 사그라질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요구사항'을 실질적으로 수용할지 불투명할뿐더러, 친윤석열(친윤)계가 김 여사 문제를 자진해 수면 위로 끌어올린 한 대표에게 불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친윤계가 한 대표의 '취임 허니문' 종료에 맞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관련 조치로 △김 여사 공개 활동 중단 △대통령실 내 '여사 라인' 정리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사항 설명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청했다고 한다. 친한동훈(친한)계는 이같은 조치를 김 여사에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방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기류는 사뭇 다르다. 이미 당 내부에선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면담 전부터 새 나왔다. 앞서 공언한 제2부속실 설치 등 자체 계획에 따라 김 여사 문제에 대응하겠단 대통령실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터라 이번 회동으로 양측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다. 박 비서실장은 면담 내용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반응에 대한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친윤계는 김 여사에 대한 공세적 발언이 야당에게서가 아닌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오는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 악마화 프레임에 계속 희생물이 되는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정치공작에 희생이 됐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야당의 김 여사 공격 목적이 '대통령 탄핵'이라고 주장하며 "탄핵의 목적은 사법리스크가 11월로 다가와 현실화되고 있는 이재명을 방탄해서, 대통령선거를 빨리 해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왜 여당이 부화뇌동해야 되는 건가"라며 한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집권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언론을 통해 대통령 인사권까지 거론하면서 할 얘기 다 해놓고 만나서 무슨 할 얘기가 더 남았는지 모르겠다"며 한 대표를 비판했고,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무능함에도 정치적 잔기술만 하는 한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내 20여명 정도로 구성된 친한계는 한 대표를 보조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낸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사항'을 모두 묵살할 경우 친한계가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한 대표 등 친한계 지도부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확산하는 '김건희 리스크'에 부담을 느낀 여당 의원들이 '특검법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친한계는 친윤계에 비해 원내 소수지만, 결집한다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국회로 돌아오는 '김건희 특검법'의 재의결도 가능하다.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여권 내 잡음이 계속될 경우, 한 대표 취임 직후 비교적 잠잠했던 친윤계가 본격적인 '한동훈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곧 한 대표의 취임 허니문(취임 100일) 기간이 끝난다. 김 여사 문제 관련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계파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