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으로 주주는 이득만 볼 것"…두산, '밥캣을 로보틱스 자회사로' 재추진

새 합병 비율 주주에 유리…로보틱스 주식 더 받아 자산 재배치로 투자 여력 높이고 시너지 극대화

2024-10-21     서영준 기자
박상현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두산그룹이 소액주주의 반대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지난 8월 일부 철회했던 사업구조 개편안을 재추진한다. 불공정 합병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안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을 재산정하며 '개미(개인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는 21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옮기는 사업 재편과 관련해 변경된 분할합병비율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 등 3사 최고경영진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향후 사업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 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박상현 사장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비율을 변경했다"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성장이 가속화되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가치가 더욱 높아질 양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됨으로써 향후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앞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어 분할합병비율 변경 등을 포함한 안건을 의결하고 정정신고서를 공시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사업 재편안과 구조는 동일하지만 신설 법인과 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이 기존 1대0.032 수준에서 34%가량 오른 1대0.043 안팎으로 상향 조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분할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박 대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그룹 사장단에서 의견을 나눈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구조조정 자금을 받고 2022년 전액 상환했다"며 "이때부터 에너지, 기계, 소재를 중심으로 한 뉴두산에 대한 구상이 있었고, 분기마다 사장단회의에서 내용을 공유하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분할합병에 따른 두산그룹의 밸류업 자신감도 강조했다.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으면 서로 영위하는 사업이 달라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지만 두산로보틱스와 묶이면 새로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연결회사로 재무성과를 공유하면 시너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커지고 인수합병(M&A) 측면에서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과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가스·수소터빈에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전력 수요가 늘면서 SMR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지난주 엑스에너지에 대한 아마존의 5억달러 투자가 알려졌고, 뉴스케일파워도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전력공급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처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SMR 투자가 본격 확대되고 있어 당초 세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이번 재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을 추가 투자할 때 예상되는 수익률이 15%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두산밥캣을 통해 얻는 기존의 배당수익보다 기대이익이 높다"면서 "2028년 기준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사장은 이번 구조개편안에서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승인여부는 금감원에서 최종 의사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실무자들은 계속 소통하며 당국에서 요구하는 바를 반영했다"며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반성하고, 앞으로 이해관계자를 두루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