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상장, 지배구조 개선 아닌 개악”

경제개혁연대, 최태원 회장 상장차익 독차지 및 지배권 고착화 우려

2009-11-10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완성의 최대 관문이 될 예정인 SK C&C 상장이 SK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오히려 개악을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이후 만 2년이 지나도록 지주회사 전환 요건 중 상당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SK C&C를 중심으로 하는 순환출자고리의 해소이다.SK C&C는 SK그룹의 형식적 지주회사인 SK㈜의 최대주주로서,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로 최태원 회장이 4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은 11일로 예정된 SK C&C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그동안 문제가 되어온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그동안 충족하지 못했던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회사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10일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 C&C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즉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통해 얻은 이익을 기반으로 지주회사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문제에 대한 어떠한 해답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1997년 불거진 SK C&C 통한 최 회장의 회사기회 유용 여전히 진행 중
근본 해결책은 최 회장 → C&C 고리 끊는 것, 전향적 해결책 내놓아야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회사기회 유용 문제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는 논평을 통해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 불신의 씨앗이 될 SK C&C의 회사기회 유용 문제의 해소를 위해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현재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의 최대주주는 계열사인 SK C&C이다(2009.6.30 현재 SK C&C가 31.82%의 SK(주) 지분 보유). 그리고 최태원 회장은 이 SK C&C를 통해 SK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2009.6.30 현재 최태원 회장이 44.5%의 SK C&C 지분 보유).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씨 역시 SK C&C의 지분 10.5%를 보유하고 있어 SK C&C는 SK그룹 총수일가의 완전한 지배력 하에 놓여있다. 문제는, SK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SK C&C가 정작 손자회사뻘(SK(주)의 자회사)인 SK텔레콤과의 거래를 통해 수익의 상당부분을 확보하는, ‘무한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데 있다. 2008년 기준으로 SK C&C는 관계사 거래를 통해 영업수익의 약 65%를 얻고 있으며, 이중 상당 부분이 SK텔레콤과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SK C&C를 SK텔레콤의 100% 자회사로 두는 것이 마땅하나, 최태원 회장 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로 만듦으로써 그 이익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회사기회 유용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결론적으로, 현재의 소유구조와 사업구조 하에서 SK C&C의 상장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논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며, “계열사 지원을 통한 SK C&C의 성장의 과실을 최태원 회장 일가가 독차지함과 동시에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도 강화하는 지배구조 개악의 효과가 더욱더 두드러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럼에도 SK그룹은 이러한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즉 애초 대한텔레콤 시절 잉태된 최태원 회장의 회사기회 유용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SK C&C의 상장을 통한 기형적 지배구조의 고착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흔히 SK그룹 지배구조의 취약점은 최태원 회장 → SK C&C → SK(주) → SK텔레콤 → 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으나 문제의 핵심은 이 순환출자 고리에서 SK C&C가 SK텔레콤과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이 이득이 최태원 회장에게로 흘러가는 회사기회 유용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은 지주회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으로 지배구조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순환출자 고리의 단절만으로는 최태원 회장의 회사기회 유용 문제를 결코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SK텔레콤 → SK C&C의 고리를 끊는 것이 아니라, 최태원 회장 → SK C&C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논평에서 경제개혁연대는 SK그룹이 지난 2007년 4월 발표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변을 상기시켰다.

당시 SK그룹은 “한층 개선된 기업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자회사들의 독립된 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의 지배구조에서 무엇이 핵심 문제인지 SK그룹 역시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지배구조의 문제를 상징하는 것 아니겠는가? 최태원 회장의 회사기회 유용 문제에 대한 SK그룹의 보다 진지한 해결방안 제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