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소맥 한잔은 옛말”…고심 커진 주류업계

음주 문화 변화에 주류 수요 감소세 이어져 신사업 발굴, 제품 인상 단행 등 대응 다양

2024-10-22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주류업계가 침체된 시장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코로나19 이후 주류 소비 문화가 변화하고, 주종 다양화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소주와 맥주를 포함한 전반적인 주류 수요가 한풀 꺾이고 있다. 국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91만5596㎘에 달했던 희석식 소주 출고량이 지난해 84만4250㎘로 줄어들었다. 편의점에서도 소주 매출 증가율이 연간 20%에서 최대 40%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1~8월의 증가율은 GS25 7.3%, CU 9.2%, 세븐일레븐 15.0%에 그쳤다. 대표적인 서민의 술이자 불황형 소비재인 소주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맥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농수신삭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소매시장 매출 규모는 3조9000억원대다. 2020년 4조3800억원대를 찍었다가 줄곧 하락세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코로나19 기간 성장곡선을 그려나간 뒤 올 들어 주춤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월 위스키 수입 중량은 1만952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수입액은 2억294만달러에서 1억7923만달러로 축소했다. 와인 역시 지난해 이어 올해도 수입액 감소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주류 시장 침체는 주류 문화 변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부어라 마셔라’ 취하는 문화가 다소 완화해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과거처럼 송년회, 신년회 등 연말연초 주류 소비 쏠림 현상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내수 부진과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점점 악화하면서 이전만큼 소비자들이 주류 구매를 하지 않는 추세까지 더해져 업체간 경쟁이 가열하고 있다. 서울 용산지역 한 회사를 다니는 30대 A씨는 “고물가로 술값이 오르긴 했지만 그렇고 금주를 하거나 하진 않았다"며 "주류 문화가 바뀌어서 그런지 확실히 회식 및 친목 등 술자리 빈도가 줄었고 마셔도 이전처럼 과음하는 게 아닌 간단하게만 마시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업황 변수를 타개할 대응책 세우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 신사업 개발 등 다각화를 꾀하는가 하면, 인력 감축, 제품 인상 등 내실 효율화로 생존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인 서영이앤티는 화장품 제조사인 비앤비코리아를 손에 넣고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비앤비코리아는 가수 이효리가 모델로 활동하는 비건 뷰티 브랜드 달바 등을 고객사로 둔 제조사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오는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액 5000억원 돌파 실현을 위한 차원에서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 기지를 만든다. 오비맥주는 편의점 및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호가든, 버드와이저, 스텔라, 산토리, 구스아일랜드, 엘파 등 수입맥주 6종의 가격을 내달부터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소주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1위 위스키업체 골든블루는 창사 21년만에 인력감축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월 공식 오픈한 유뷰브 공식채널 ‘골든블루’을 적극 마케팅에 활용하는가 하면 ‘골든블루 쿼츠’ 등 새로운 라인업도 확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이 대체로 침체된 흐름을 이어가고 음주 변화가 변하면서 업체들이 제각각 대안을 세우고 있다”며 “더욱 까다로운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상품군을 늘리고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사업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