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빗속 눈물 가득한 서울광장

시민들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 미안하다” 애도

2015-04-28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 이선율 기자]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다음생엔, 절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싶네요...그곳에서는 춥지 않게, 따뜻하게 지내세요. 다음 세상에 태어나서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펴보지도 않은 새싹들 이렇게 죽어가다니 대한민국 정부 정말 못믿겠다""얼마나 무섭고 추웠을까,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어 미안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노란 추모벽에 연거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가 가득하다.비가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28일 오전. 서울광장 합동분양소에도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한 시민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졌다.전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안돼 6800여명이 다녀갔다.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따라 시민들은 근조 리본을 달고 묵념과 함께 분향소 제단 위에 하얀 국화꽃을 헌화했다. 시민들은 눈물을 훔치며 분향소 출구에 마련된 ‘소망과 초모벽’에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은 노란 리본을 달고, 편지를 쓴다.회사원 김소은(23)씨는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죽어서 너무 안타깝다”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많은 꽃들에게 미안하다. 당신들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써내려갔다.함께 온 친구 남소라(23)씨는 “뉴스보고 시청에 분향소 생긴다고 해서 왔다”며 “어제 언론에서 공개한 (침몰 당시) 아이들 영상보고 마음이 아파 끝까지 보지 못하고 껐다. 더 이상 하늘에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먹거렸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정, 김수현(19)씨는 중간고사를 마치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를 하러 왔다.김민정씨는 “안타깝다”며 “어린나이에 안좋은 일 겪어서 너무 속상하고 좋은 곳 갔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훔쳤다.친구 김수현씨도 “하늘나라 가서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지금 남아있는 단원고 학생들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점심시간에 분향소를 찾은 직장인 김정훈(35)씨는 “너무 안타깝다.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며 “다음 생엔 대한민국 이 땅에 다시는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미안하다”고 애도했다.자원봉사자 박주향(55)씨는 “어떻게 도와드릴 방법이 없을까 방법을 찾다가 서울시에서 봉사 모집한다고 해서 자원해서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박주향씨는 “우리나라가 언제부터였는지 얍삽한 사람만 사는 세상이 된 것 같다”며 “선장과 선원들이 나오면서 소리라도 질러줬으면 좋았을텐데... 사람들이 이기적이여서 화가 난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잘 사는 이 세상이 너무 화가 난다”고 한탄했다.봉사하는 내내 우두커니 서서 눈물을 훔치고 있던 손혜진(31)씨는 “오늘 회사가 쉬는 날이라 잠깐 봉사하러 왔다”며 “마음이 무거워서 눈물이 났다. 여기 오신분들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한편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경기도 안산 지역에서 합동 영결식이 엄수될 때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공식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이 외의 시간에도 자율적으로 분향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