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대출문턱 더 높힌다…연말 돈 급한 기업·가계 혼란
한은 설문결과 "기업·가계 신용위험 높은 수준 유지"
금융위 "2금융권·인뱅 주담대 풍선효과도 철저 관리"
2024-10-23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은행권은 올해 4분기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예상한 4분기 신용위험지수(종합)는 19로 집계됐다.
지난 3분기(26)보다 7포인트(p) 하락하기는 했지만,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작아질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한은은 이번 조사에서 신용위험, 금융기관 대출태도, 대출수요 등에 대한 평가를 가중 평균해 100과 -100 사이에서 지수를 산출했다. 지수가 플러스(+)면 신용위험·대출수요 '증가' 또는 대출태도 '완화'라고 답한 금융기관 수가 '감소' 또는 '강화'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신용위험지수를 대출 주체별로 보면, 대기업(11)이 3분기보다 5p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25)은 6p 하락했다. 가계(11)는 14p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신용위험은 중소기업 중심의 업황 부진으로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가계의 신용위험은 소득 여건 개선세가 지연되면서 경계감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4분기 대출수요지수(13)는 3분기(17)보다 4p 올랐다. 가계는 가계 주택(주택담보대출)이 28에서 8로 내리고, 가계 일반(신용대출)이 17에서 19로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의 경우 대기업(6→0) 대출 수요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소기업(6→14)에서 운전자금과 유동성 확보 차원의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 은행의 대출태도지수(-12)는 3분기(-17)보다 5p 낮아졌다.
대출자별로 보면 대기업(0→-3)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관리로 강화를 예상했으나, 중소기업(3→3)은 정책지원 강화 등으로 다소 완화를 전망했다. 가계의 경우 지속적인 가계부채 관리 정책의 영향으로 가계 주택(-22→-28)과 가계 일반(-25→-17) 모두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은행 금융기관들도 이번 조사에서 4분기 대출자들의 신용위험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취약 차주와 부동산 관련 대출 등을 중심으로 한 자산건전성 우려 때문이다. 업권별로 상호저축은행(24), 상호금융조합(42), 생명보험회사(21)의 신용위험지수가 중립 수준(0)을 크게 웃돌았다. 신용카드 회사는 0이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4분기 대출태도지수는 상호저축은행(-10), 상호금융조합(-27), 생명보험회사(-5) 등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신용카드 회사는 0으로 현 수준 대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11일까지 204개 금융기관의 여신 업무 총괄 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편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여파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 풍선효과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제2금융권, 지방은행·인터넷은행에 다시 한번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부처와 전 금융권 협회, 지방은행(부산·대구·경남),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토스·케이뱅크)가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권대영 사무처장은 이날 회의에서 "9월 이후 은행권 스스로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대출 수요가 다른 업권으로 옮겨갈 수 있으나, 보험·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에서 가계부채 관리강화 기조에 맞지 않는 공격적 영업 행태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 창구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의 과당경쟁이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잉대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인터넷은행과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주담대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 치중하기보다 은행권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다양한 자금수요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 등에 차질이 없도록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빅컷,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계부채 증가 압력이 누증하고 있는 만큼 9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해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권 사무처장은 "각 업권별 가계부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풍선효과가 커지는 것에 대비해 다양한 관리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