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내 분쟁도 가열…韓 산업계 대립 심화

한미약품, 오너 일가 경영권 다툼 장기화…고려아연-영풍·MBK연합 싸움도 진행 중 건설업계-시멘트업계, 시멘트 가격 놓고 갈등…건설업계 “유연탄 가격 인하 반영해야”

2024-10-23     오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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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국내 산업계가 기업 내외부의 경영권 분쟁, 업계 간 갈등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경영권을 놓고 오너 간 갈등이 심화되는 한미약품그룹 내 분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재 한미약품에서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필두로 한 신동국 한양정말화학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의 3자 연합과 형제 관계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간의 경영권 싸움이 진행 중이다. 송영숙 회장은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아내이며, 임종윤 이사 및 임종훈 대표이사와는 모자 사이다. 최근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이사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송영숙 회장 측이 다음날 28일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고,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추가 선임하는 안건을 냈기 때문이다. 현재 이사회는 송영숙 회장측 인물 4명과 형제측 인물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일 송영숙 회장측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회 구성이 송 회장측 6명과 형제측 5명으로 바뀌게 되는 상황이다. 이들 모자간 갈등은 2020년 임성기 회상이 별세하면서 시작돼 올해 초 심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송영숙 회장은 딸 임주현 부회장과 장남인 임종윤 이사를 배제한 채,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추진했다. 송영숙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OCI그룹에 팔고, 임주현 부회장이 지분 일부를 OCI그룹 지주사 신주와 교환하며, 한미사이언스 신주를 현금을 받고 OCI홀딩스에 발행하는 거래 등이다. 이에 임종윤 이사는 남동생 임종훈 대표이사와 수원지방법원에 이를 제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으나,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영숙 회장과 소액주주연대가 손을 들어주면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이사가 신영숙 회장 몰래 그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반전됐다. 신영숙 회장은 다시 딸인 임주현 부회장과 손을 잡았고 한미약품 내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그룹-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그룹은 1949년 최기호, 장병희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한 후 75년간 공동 경영을 이어왔다. 고려아연은 최기호 창업주 일가가, 영풍기업은 장병희 창업주 일가가 맡는 방식이다. 이들의 갈등이 시작된 건 2022년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회장에 오른 뒤부터다. 최윤범 회장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현대차, 한화, LG그룹 등 외부와 손을 잡기 시작했고, 이들 기업에 제3자 유상증가를 하면서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줄어 들었다. 올해에는 서린상사를 두고도 갈등이 깊어졌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이 최대주주로, 경영은 영풍그룹이 맡고 있는 회사였으나 고려아연이 지난 6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측 인사 4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경영권을 확보해 갈등이 일었다. 지난달 영풍그룹이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 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윤범 회장은 지난 2일 3조1000억원을 투입해 대항공개매수를 선언했다. 당시 최윤범 회장측은 매수가로 영풍-MBK연합이 제시한 75만원보다 높은 83만원을 제시했다. 이에 영풍-MBK연합은 매수가를 83만원을 상향해 맞불을 놓았고, 고려아연은 지난 11일이 매수가를 89만원으로 상향했다. 영풍-MBK연합은 23일 종료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확인한 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 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두고 분쟁 중이다. 건설업계가 시멘트업계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멘트업계가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 2021년 7월 7만8000원으로 오른 후 2022년 2월 9만2400원으로, 같은 해 11월에는 10만5400원으로 상승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 시멘트업계가 다시 한번 추가 인상을 단행해 11만원을 돌파했다. 시멘트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이와 달리 건설업계는 유연탄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히 상승했던 2022년 말 대비 크게 하락한 만큼 시멘트 가격 역시 다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원자재 가격동향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2022년 3월 톤당 609달러에서 올해 8월 207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면,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가격은 하락했지만 내수 출하량이 줄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건설사마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회사들의 경우에는 압박이 심할 것”이라며 “회사마다 공급 업체와 단가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