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둔촌주공, 이번엔 하자 문제까지 골머리
설계·시공·마감 등 사전점검 후 소비자 불만 속출 기반시설 공사비 증액 협상 난항···입주 차질 우려
2024-10-23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단지로 세간의 조명을 받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올파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에서 시공 하자·마감 부실 사례가 쏟아져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 단지는 정식 입주 개시(11월 27일)를 45일 앞둔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사전점검을 진행했고, 이후 하자 신고와 자재·설계 부실 사례가 속속 노출되고 있다. 최근 마감 공사비 증액 문제로 기반시설 업체에서 공사 중단까지 선언한 가운데, 세대별 하자 처리 상황에 따라 원도급 대형 시공사들과의 마찰 가능성도 제기된다.◇입주민들 "하자문제, 연대행동까지 염두"
23일 <매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열흘여 전에 진행된 사전점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시공·설계 문제를 둘러싼 크고 작은 문제점을 공유하는 한편, 시공사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설계·구조상 문제로는 △냉장고 공간 2곳 중 1곳에 콘센트 없음 △주방기기 전용 콘센트 부족(2구) △인덕션과 벽간 거리 좁음(벽 손상·화재 우려) △신발장 수납 폭 부족(배전함 문제) △세탁실 문 방향 불만(전용 59㎡ 타입) 등이 대표적이다. 또 시공 등 마감 관련 불만 사항은 △시트지 질감·오염 △저렴한 창호 적용 △문틀·레일 오염 △샷시·도배 상태 불량 등이 드러났다. 입주예정자들은 각 단지별 시공사에 관련 내용을 접수하고 입주예정일 이전까지 처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아파트는 1만2000세대가 넘는 초대형 단지인 만큼 현대건설(시공주간사, 3단지)을 비롯해 대우건설(1·4단지), HDC현대산업개발(1·2단지), 롯데건설(4단지)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시공에 참여했다. 이들 건설사는 유명 주택 브랜드와 높은 시공 순위를 자랑하지만, 이 단지 사전점검에 임한 입주예정자 중 상당수가 눈으로 확인된 하자와 마감 부실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입주예정자 일부는 국토교통부나 다산콜센터 등에 부실시공 관련 진정을 넣거나, 시공 측의 하자 처리 결과에 따라 연대 행동까지 염두에 두는 모습도 읽힌다. 입주예정자 A씨는 "집집마다 불만과 문제 정도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샷시를 비롯해 도배·콘센트·싱크대 등 공통으로 드러나는 하자 문제 목록이 상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 B씨는 "중소형 평형(59㎡) 임에도 문 방향 때문에 세탁실에 수납 자체가 안될 상황이고, 주방 공간도 협소해서 식기세척기 설치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하자 수위나 자재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입주예정자 C씨는 "창틀이나 창호가 기대 이하였고 20여 개의 하자 신고를 했지만, 앞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 본 경험과 최근 다른 단지에서 불거진 문제들에 비해 크게 신경 쓸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측은 드러난 문제는 대체로 시공상 하자가 아닌 마감 처리 문제일 수 있지만 하자 판정 여부를 떠나서 입주자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전점검 결과, 몇몇 집중되는 문제점이 있지만 준공 및 입주 전까지 최대한 매듭짓고, 입주 후에도 정해진 AS 처리 기간이 있어 원만하게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공사비 갈등 재발, 준공승인 차질 없을까
둔촌주공 아파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기였던 지난 2006년 재건축 조합 설립인가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 중반이던 2019년 말 착공했다. 그러나 2022년 4월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정률 52% 시점에서 공사가 반년 넘게 중단됐다가 연말에 재개됐다. 포레온 입주예정일을 불과 한 달여 앞둔 현재, 주변 도로와 조경·문주 등 기반공사를 맡은 동남공영 등 3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 상태가 계속되면 관할 강동구청에서는 준공승인 불허 방침을 내놓을 수 있다. 현재 동남공영은 단지 주변 풍성로를 확장하고 동남로와 둔촌초 옆 양재대로 포장을 맡고 있다. 중앙건설은 기부채납 용지인 강동중앙도서관을 짓고 있으며, 장원조경은 아파트 주변 조경을 조성 중이다. 그간 이들은 공사 기간 연장 등을 이유로 조합에 총 170억원 수준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왔다. 이에 지난 17일 둔촌주공 대의원 회의에 공사비 인상 안건이 올라갔지만,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준공승인 일정이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들의 공사 중단 때문이다. 시공단이 입주 예정자들에게 오는 11월 27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 입주가 가능하다고 고시한 상태에서 준공승인이나 임시사용승인을 받지 못하면 입주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강동구청과 조합 측은 준공승인 일정에 차질을 빚을 정도까지는 아니고, 원만한 해결을 유도 중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