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모두 안 좋다…연간성장률 목표 ‘2.6% 달성’ 물건너가
3분기 역성장 겨우 피했지만…성장률 전망 하향 불가피 성장동력 수출마저 둔화...한은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2024-10-24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낮은 0.1%를 기록했다.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우리나라 수출마저 둔화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속도를 늦췄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4% 달성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도 3분기 부진한 성장을 반영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4%)를 내려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1%로 집계됐다. 우리 경제 성장률은 지난 1분기 '깜짝 성장'(1.3%) 이후 2분기(-0.2%) 역성장했으나, 3분기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수출이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3분기 성장률 수준 자체는 한은의 전망치(0.5%)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수출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3.7%) 이후 처음이다. 한은에 따르면 수출이 부진했던 이유는 정보기술(IT)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자동차·화학제품·전기장비 등 비IT 품목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IT 부문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하게 이어져 왔는데, 그에 대한 조정으로 증가 폭이 둔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IT 부문에서는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부품업체들의 파업이 있었고, 시설보수 공사들이 있어 물량 기준으로 수출이 감소했다"며 "화학, 전기장비 업종에서는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배터리, 소재, 이차전지 등 수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성장률 기여도 분석에서도 순수출은 -0.8%포인트(p)를 기록해, 성장률을 1%p 가까이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4분기에도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겠지만,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신 국장은 "3분기 수출이 마이너스긴 하지만 교역 여건과 해외 수요 등을 고려했을 때 심각한 수출 침체 신호라기보다, 조정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출 관련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세 둔화, 중국 내수 부진 우려 등을 꼽았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내수는 더디지만,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민간소비는 0.5% 증가하면서, 전 분기(-0.2%) 마이너스 성장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민간소비에는 신차 출시·휴대전화 신제품 출시 등이 일시적인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앞으로 내수를 제약했던 고물가·고금리가 완화되면서 회복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신 국장은 "민간소비가 완만하지만 개선 흐름을 보인다"며 "최근 물가 부담이 완화하고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는 등 민간 소비 여력이 좀 늘어났는데,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을 하회하면서 한은은 오는 11월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며 기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2.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3분기와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5%와 0.6%로 각각 제시한 바 있다. 3분기 성장률이 부진하게 나온 탓에 올해 성장률이 2.4%를 기록하려면, 산술적으로 4분기 1.2%나 성장해야 한다. 신 국장은 "3분기 실적치가 전망치에 비해 낮게 나왔기 때문에, 2.4% 성장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11월 성장률 전망치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3분기 GDP 부진으로 수출 중심의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은이 11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한은은 지난 8월 전망에서 처음으로 성장률 분기 전망치를 발표했는데, 첫 전망치부터 실제치와 크게 벌어졌다. 시장참가자와 언론에 더 상세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트렸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신 국장은 "전망은 기초자료 없이 전제치를 고려해 전망하기 때문에 실제치와는 차이가 나는 게 정상"이라며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망 전제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글로벌 경제 성장세, 지정학적 리스크, 유가 등의 변화가 심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