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로에 선 K-반도체, 인재 양성·확보 시급
2031년 5.4만명 반도체 인력 부족 예상 '비상' 곽노정 "반도체 대학·연구소·R&D 지원 필요"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재 양성과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각축전이 벌어지며 인력 부족이 가시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4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력 규모는 2021년 17만7000명에서 2031년 30만4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1만5000여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한 셈이나 연간 국내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은 5000명 수준에 그친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31년에는 5만4000명의 반도체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최근 제17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반도체 제조 시설, 인프라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며 "향후 10년간 약 15만명의 전문인력 수요가 예상되나 우리의 공급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우려했다. 곽 사장은 "우수한 인재들이 반도체를 선택하고 연구실에서 기술 초기 단계에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분야 대학과 연구소, 연구개발(R&D)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인력 부족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만 반도체 엔지니어 30만명, 숙련 기술자 9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각 국에서는 반도체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9월 반도체 인력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 내 우수인력센터(WcoE) 출범을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10년간 WCoE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은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치밍을 가동, 하버드대나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포드대 등 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들을 물밑에서 유치하고 있다. 주택 보조금과 보너스 등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며 해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우수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 8월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한 '테크&커리어(T&C) 포럼' 대상 학교를 지난해 5개교에서 올해 6개교(서울대·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KAIST·성균관대)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8월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테크 데이 2024'를 진행, 국내 5개 공과대학(서울대·포항공대·KAIST·연세대·고려대)을 순회했다.
정휘상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인력 수급 문제로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 간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됨에 따라 우리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