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주문받고, 로봇이 조리하고…푸드테크로 인건비 잡는다
내년 최저임금 1만원 돌파, 인건비 상승에 채용 규모 조정 고객 서비스 질 높이고 근로자 안전 지키는데 기술고도화 필수적
2024-10-24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프랜차이즈 업계가 기술 고도화로 인건비 줄이기에 한창이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 9860원보다 170원(1.7%) 오른 시급 1만30원이다. 월 급여(209시간 기준)로는 209만 6270원이다. 내년부터는 사상 최초 최저임금 1만 원(시급 기준)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노동계는 인상률로 놓고 봤을 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 인상율으로 물가변동에 따른 실질소득의 체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제도 도입 37년만에 시급 1만원 시대라는 것은 노동자에게도 사용자에게도 큰 의미다. 많은 인력을 최저임금으로 채용하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채용 규모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심리적 저항감이 컸던 최저임금 1만원을 돌파한 만큼 매년 적지 않은 인건비 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수 업체들이 키오스크 주문, 조리 로봇 도입 등을 통한 매장 업그레이드를 시도 중이다. 대표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강조하던 스타벅스는 진동벨을 도입하고, 키오스크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고객과 직원의 직접 소통을 원칙으로 삼고 직원이 직접 주문을 받고 육성으로 고객의 이름을 불러 음료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피크 시간에 손님이 몰리고 소란스러운 한국 매장에서는 오히려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사이렌 오더를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했다. 지난해부터는 일부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진동벨 운영이 시작됐으며 연내 진동벨 도입 매장을 110개 가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일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과 업무지구, 관광지 매장에는 키오스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식으로 키오스크가 도입된다면 한국이 첫 정식 도입 국가가 된다. 또 10월부터 올해 말까지는 3개월간 구독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면서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시스템을 통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3월 반도체 장비 기업 네온테크사와 자동화 장비 보글봇 도입을 위한 MOU 체결 이후 약 7개월간 개발 연구에 동참한 끝에 서울대입구역점에 보글봇을 설치했다. 보글봇은 작업자의 동선 방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롯데GRS는 이번에 처음 적용된 보글봇을 연내 롯데리아 신김포공항점과 잠실롯데월드몰B1점에 추가로 적용할 계획이다. 패티 조리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은 내년 1월 더 고도화해 구로디지털역점에 재배치할 예정이다. 롯데 GRS는 알파그릴과 보글봇의 조리 자동화 기기 도입으로 매장 인력 운영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hc치킨도 튀김 요리용 제조 로봇 튀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bhc치킨은 LG전자와 공동 개발했으며, 연구 초기 단계부터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bhc치킨 메뉴에 최적화된 기술을 적용했다. 튀봇은 작업자가 반죽한 재료를 기계에 올리면, 튀봇이 자동으로 재료를 옮겨 튀김 과정을 처리한다. 사전에 입력된 레시피를 기반으로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bhc는 올해 연말까지는 약 30개 매장이 튀봇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자동화 전문기업 뉴로메카와 함께 작년 11월부터 교촌치킨 조리 시스템에 특화된 프라잉 템플릿을 공동연구·개발했다. 기존 템플릿은 교촌에프앤비 본사 및 교촌치킨 5개 가맹점에 총 8기를 운영했다. 올해 신규 프라잉 템플릿 개발을 완료한 결과 총 4개 기점에 5기를 설치했고, 미국을 포함한 16개 지점 총 25기의 템플릿을 설치할 예정이다. 특히 교촌에프앤비가 직영으로 운영중인 미국 2개 지점에서 프라잉 템플릿을 사용하면서 미국 시장 확장에 도움을 받고 있다. 프라잉 템플릿은 작업자가 생닭에 물반죽을 입힌 후 튀김기에 투여하면 1차 튀김, 조각성형, 탈유, 2차튀김 등 교촌치킨 특유의 차별화된 튀김 과정을 로봇이 모두 수행해, 작업자의 업무강도를 획기적으로 낮춘다. 이에 균일한 맛과 품질 제공은 물론, 작업의 효율성과 근로자의 안전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은 초기 비용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인건비 절감 효과도 있지만, 튀김과 같은 위험한 작업에서 근로자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