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능 전 집중력 올리는 약 기승…식약처 비상

SNS서 마약류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유통 한 해 만에 마약류 불법 유통 적발 사례 3.4배 증가

2025-10-27     이선민 기자
2025학년도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2025 수학능력검정시험을 앞둔 시점에 집중력과 기억력을 개선해 준다는 약의 불법 유통이 늘고 있다.

27일 국가정보원은 최근 텔레그램과 엑스(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약류로 분류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SNS에서 발견한 마약류 불법 거래방은 37개였고, 이 가운데 5개 방에서는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판매자들은 자신들이 복용할 것처럼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은 뒤 SNS에서 유통하고 있었다. 앞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4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된 ‘수험생 관련 식의약품 부당광고 및 불법유통 특별점검’에서 마약류 불법 유통 사례가 총 669건 적발됐다. 지난해 적발된 200건보다 3.4배 증가한 수치다. 암페타민 계열의 각성제인 애더럴이 전체 적발 사례의 72.7%를 차지했다. 애더럴은 ADHD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집중력을 높이고 신경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중독 위험과 부작용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금지됐다. 처방전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ADHD 치료제인 콘서타와 페니드도 각각 142건과 41건의 불법 판매 사례가 적발됐다. 해당 약물은 의료용 마약류에 해당하며, 의사 처방 없이 구매하거나 판매해서는 안 된다. ADHD 치료제가 수험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보이지만, 약의 목적과 다르게 오남용하면 환각과 망상성 사고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신경절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강제로 높아져 지나친 흥분 상태에 이르고, 약물 의존도가 커져 중독에 이를 수도 있다. 수능 전에는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약과 영양제 등도 오남용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청심환·공진단조차도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 없이 무작정 구입해 복용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청심환은 수험생의 긴장 완화에 좋은 한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몸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심장이 빨리 뛰어 집중력이 흐려질 수 있는 데다 자칫 긴장감을 너무 없애 잠이 들 수도 있다. 공진단은 집중력을 높여 장시간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은 최근 메틸페니데이트 오남용 우려 의료기관과 사용자를 대상으로 검・경 합동으로 기획 감시를 실시하는 등 의료용 마약류 적정 처방・사용 환경을 조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고시 개정을 통해 ADHD 치료제 관리 강화에 나섰다.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ADHD나 수면발작 치료 목적으로만 쓰이도록 처방을 제한한 것이다. 3개월 넘는 처방과 투약을 금지하고, 비의학적 처방을 지속할 경우 마약류 취급 업무정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그칠 뿐 마약류 감시 체계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온라인에는 ADHD가 아님에도 시험을 앞두고 약을 처방받는 비결을 공유하는 글이 돌아다니고 있다. 의사들은 대부분 문진을 통해 증상을 유추하기 때문에 환자가 의사를 속이고 가짜 증상을 호소하면 실제 환자와 구분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학원가를 중심으로 공부 잘하는 약은 언제나 수험생을 현혹하기 마련이다”며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료계와 유관기관이 적극협력해 더욱 세밀하고 근본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