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4 호실적에도 표정관리…기준금리 인하에 내년 성장 둔화
금리하락기에도 이자장사 호황…순이익 또 역대 최대 "승승장구 올해까지"...한은 피벗으로 好시절도 끝물
2024-10-27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많게는 4조원이 넘는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에 올해 전반적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져 이자 마진은 줄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자금난 등으로 가계·기업대출이 불어나면서 전체 이자 이익 규모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일제히 인위적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높인 점도 수익성 방어에 큰 도움이 됐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2위를 다투는 KB·신한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사실상 나란히 설립 이래 최대 기록을 세웠다. KB금융지주의 1∼3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4조3953억원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3분기 순이익(1조6140억원) 역시 작년 3분기(1조3689억원)보다 17.9% 늘어 같은 분기 기준으로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3조9856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3조8183억원)보다 4.4% 불었다. 역대 가장 많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022년 3분기 4조3154억원이었지만, 당시 포함된 일시적 순이익(증권사 사옥 매각 3220억원)을 제외한 경상적 이익 측면에서 새 기록이다.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2조6591억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2조4382억원)보다 9.1% 늘었다. 역대 최대인 2022년 3분기 누적(2조6620억원)에 불과 30억원 못 미치는 역대급 순이익 규모다. 우리금융지주 스스로도 실적 공시와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 2조5천63억원을 초과 달성하며 '연간 당기순이익 3조원'을 향한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 나갔다"고 자랑했다. 올해 3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미리 반영되면서 시장금리가 뚜렷하게 떨어졌던 시기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보통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리면서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이 반영되는 폭이나 주기가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크고 짧기 때문에, 금리 하락 사이클에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 악화에도 불구, 신한금융그룹의 3분기 순이자이익(2조8550억원)은 작년 3분기(2조7633억원)보다 3.3% 불었다. KB금융그룹의 3분기 이자이익(3조1650억원)도 1년 전(3조1246억원)보다 1.3% 늘었고, 우리금융그룹의 같은 기간 이자이익(2조2190억원) 역시 1.5% 증가했다. NIM 하락에도 이자이익 규모가 오히려 커진 것은 가계·기업대출 자산이 불어 마진 축소 영향을 상쇄하고 남았기 때문이다. 특히 3분기의 경우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뛰면서 이른바 영끌 열풍과 함께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7월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가계대출 억제 정책도 역설적으로 금융그룹이 이익을 불리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흐름을 거슬러 줄줄이 대출 기본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예상보다 예대마진 축소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지주들이 내년엔 호실적을 지속하기 어려울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그 후폭풍이 예견되서다. 업권에선 당장은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큰 변화가 없겠으나, 본격적 금리 인하 사이클이 가동하면 자연스레 은행 경영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 중·장기적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2024년 상반기 국내은행 수익성, 건전성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은 대체로 이자 이익을 얻는 이자부 자산이 이자 비용을 부담하는 이자부 부채보다 커 금리가 오르면 이자 이익이 늘고, 떨어지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면서 "국내은행의 NIM은 시장금리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분위기 속에서 국내 정책금리가 인하되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할 경우 하방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최근 1~2년간의 흐름을 보면 각 은행이 기업, 가계 등 자산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줄곧 내림세를 보였고, 더군다나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축소 흐름이 이어지면서 NIM도 내림세를 겪었다"면서 "연말 실적을 보면 양적 지표는 좋겠으나, 질적 지표는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