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명령장 '역대 최다' 27건 발부에도···유명무실에 野 '한숨'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증인들에 동행명령 집중 실효성 지적···野, 법개정 통한 강제성 강화 움직임
2024-10-27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 국감에선 국감장에 불출석한 증인들을 불러내기 위한 동행명령장이 27건이나 발부되는 기록이 세워졌다. 대부분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증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발부된 것이다. 다만 강제성이 없는 탓에 동행명령 대부분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제도에 대한 '유명무실'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시작한 올해 국감은 이날까지 전체 17개 상임위 가운데 13개 상임위가 감사를 끝냈고, 내달 1일까지 국회 운영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가 주관하는 일부 국감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국감은 시작 전부터 '정쟁 국감'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의혹을 정조준할 뜻을 일찌감치 천명했고,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하며 맞섰다. 국감 내내 공세의 주도권은 야당이 쥐는 경우가 잦았다.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를 무기로 자신들의 공략 대상에 오른 증인·참고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를 쏟아냈다. 민주당의 동행명령장 발부는 특히 김 여사 의혹 관련 증인들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김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 씨를 비롯해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영선 전 국회의원과 명태균 씨에게도 동행명령장이 발부됐다. 이번 국감에서 발부된 동행명령장은 총 27건(동일 인물 중복 발부 포함)으로, 지난 21대 국회 4년간의 국감에서 발부된 숫자(2023년 3건, 2022년 8건, 2021년 2건, 2020년 1건)를 합한 것보다 많다. 단일 국감 발부 기준으로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이번 국감이 얼마나 정쟁으로 치달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야당의 동행명령장 발부가 주요 증인들을 국감장으로 불러내지 못한 경우가 많아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회는 김 여사 본인을 포함, '김 여사 의혹' 관련 증인 대부분에 대해 동행명령을 집행하지 못했다. 국회증언감정법(증감법)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위한 위원회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 의결로 해당 증인에 대하여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동행명령장의 수령을 회피하면 국회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해 고발 대상이 되고,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어려운 만큼 수령 회피가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증감법상 동행명령제는 형사소송법상 동행명령제와 달리 증인을 구인하는 제도는 아니다. 증인을 신문하기 위해 강제로 끌고 갈 수 없다는 의미로, 이는 우리 헌법이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영장주의를 채택하는 데서 비롯된다. 관련해 야당을 중심으로 영장주의를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법 개정을 통해 동행명령의 강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에 따르면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출석이나 증언·감정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당사자가 집에 없거나 주소지가 불분명할 때 소송 서류를 2주간 공고하면 송달한 것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게 하는 '공시송달' 제도를 동행명령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