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의의 배신…사고 불러오는 안전정책 개선해야

2024-10-28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지난달 남산에서 버스가 전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상에서 들려오는 사고 소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행 도로 관리가 부실하다는 결과를 불러왔다. 

해당 도로는 경사가 최고 15.3도에 달하고, 일방통행인 1차로와 인도가 구분 없이 붙어 있어 폭은 1.2~2.1m밖에 되지 않는다. 180도를 틀어야 하는 급커브 구간도 있어 서행을 해도 쉽게 미끄러진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도로의 포장이다. 해당 도로는 감속을 위한 도료(페인트)가 칠해진 길이다. 가시성이 좋은 붉은 도료에 자갈 및 모래 알갱이를 섞어 마찰력을 높인 형태로 사용한다. 보행자의 안전을 목적으로 차량의 서행을 유도하지만, 붉은 도료가 사고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자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도료의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지면의 마찰력을 높여 차량이 감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요구된다. 비와 눈 등의 기후적인 변화가 발생할 때, 차량과의 마찰로 도료와 분리된 입자가 쓸려 나간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페인트만 남게될 경우, 더욱 미끄러워지는 결과를 낳는다. 

도로 위 페인트가 미끄럽다는 사실은 일반도로에서도 흔히 확인할 수 있다. 이륜차를 운행할 때, 라이더는 도로 위 페인트를 피해가려고 노력한다. 비에 젖은 페인트가 앞, 뒤 바퀴의 회전을 다르게 만들어 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아닌, 직접 겪은 에피소드도 존재한다. 지난 7월 불가피하게 우중 도심 라이딩을 하는 도중 서울 신월동 인근에서 운행 중인 이륜차가 페인트 위에서 흔들렸다. 당시 운행 차량은 125cc 미만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차량이기 때문에, 사고 직전 땅을 발로 박차면서 일으켜 세워 사고를 모면했다. 

이륜차 주행을 생업으로 삼는 이들도 도로 위 관리가 부실한 페인트는 악몽이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배달업에 종사하는 지 씨(27)는 “8월경 초등학교 앞 붉은 페인트 위에서 슬립(미끄러지는 사고)했다. 시속 25km로 서행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아이가 도로로 뛰어들면서, 피하는 도중에 차량이 미끄러진 것”이라며 “일반 아스팔트 도로였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수준의 감속이었다. 한번 슬립한 이후, 붉은 도료가 칠해진 도로를 보면 공포심이 올라온다”고 하소연했다. 

붉은 도료는 선의의 목적으로 추진된 정책이다. 도로 법규를 잘 준수하는 이들에게는 피해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결국 앞선 남산 버스 전도 사건은 지자체의 부실한 사후관리(AS)가 낳은 결과물이다. 아무리 목적이 선해도, 지속적인 관심 없이는 국민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륜차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선의의 안전정책이 죽음을 야기하는 정책으로 탈바꿈하지 않도록 AS도 지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