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강남 고가주택 거래·가격만 상승세… 집값 안정화 실패
대출규제로 현금 부자 강남·마용성 똘똘한 한 채 부추겨 실수요자 규제 완화 및 지역·상황 따른 접근법 차이 필요
2024-10-28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대출규제에도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선호지역 거래·가격 상승세가 여전해 현 정부 집값 안정화 대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이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비롯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매매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 136㎡는 지난 9월 최고가 67억원(44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8월 같은 평형 거래(55억5900만원, 4층)가와 비교할 때 10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해당 거래 후 트리마제 전용 136㎡ 기준 70억원짜리 매물(중간층)이 등장했고 하반기 13가구가 30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지난해 30억원 이상 거래가 없던 마포구에선 이번 하반기에만 2건이 기록됐다. 지난 9월 서교동 합정메세나폴리스 전용 148㎡는 최고가 30억원(26층)에 매매됐다. 해당 평형은 올해 들어 23억5000만원부터 30억원 사이 판매되는 등 가격 상승폭을 키웠다. 용산구에서는 이촌동 한강맨션 전용 167㎡가 지난 9월 최고가 62억원(1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단지 내 전용 97㎡는 39억5000만원(5층)에 거래되며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는 현금 부자들의 ‘똘똘한 한 채’ 집중화만 유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고가 아파트는 어차피 현금 부자나 고액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전문직 종사자만 매입할 수 있다”며 “대출금이 충분치 않은 일반인 대비 대출규제로 인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분석했다. 실제 30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8월 4%였던 30억원 초과 거래 비중은 9~10월 들어 4.5%로 0.5%p 늘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 축소 한도 축소(수도권 적용)를 예고한 가운데 서울 상급지와 나머지 지역간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정된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더 많은 실수요자에게 지원하고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도입 취지를 벗어난 과도한 대출 관행이나 주택도시기금 건전성에 무리가 될 대출을 자제하는 건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서민이 주택가액 5억원 이하 집을 구매할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가구 및 2자녀 가구 이상 4억원)까지 저금리로 빌려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디딤돌 대출이 가능한 5억원 이하 주택 대부분이 지방에 몰려 있어 한도가 줄면 지방 부동산시장이 더 붕괴해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하는 디딤돌 대출까지 손을 댄 것은 정부가 선을 넘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대출(디딤돌)이 가능한 주택 가격은 5억원인데 서울에는 이에 맞는 아파트가 거의 없어 이를 규제한다고 해 주택시장과 가계부채가 안정될지 의문”이라며 “이는 단순히 가계부채를 조이고자 대출규제 정책을 내놓은 것 같단 느낌을 지우기 어렵고 잘못된 정책이 반복되며 오히려 부동산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도 “서민들에 대한 대출규제로 오히려 이들의 주택 마련이 더 어려워졌고 서울 선호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며 “현 정부는 거래를 활성화해 집값을 잡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반대되는 행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서울은 매매가와 건수가 상승하지만, 지방은 미분양 적체나 매매가 하락하는 등 반대 양상을 보여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며 “지역과 상황에 따라 집값을 보는 시각이나 접근법 차이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주 공간으로 필요한 주택여건과 자금 조달 여건이 맞지 않을 때 규제로 대출이 막히면 시장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실수요자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