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변수로 혼란 가중…시멘트 단가 논란 ‘안갯속’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시멘트 가격 방어 명분 생겨 혼전 “추가 인상 현실화 시 수입 추진 등 강수로 맞대응까지 불사”

2024-10-29     신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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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시멘트 가격 분쟁이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멘트업계는 판매 가격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원재료 비용 등이 감소했음에 불구하고 인상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건설 및 레미콘업계와 협상없이 통보 형태로 가격을 인상해 가능한 구조였다. 하지만 정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협상테이블을 마련하는 한편, 전기요금 인상으로 시멘트 가격 유지 명분을 부여했다. 시멘트업계의 논란이 장기화될 흐름을 조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전력은 지난 24일부터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6.9원(10.2%) 인상했다. 한전은 낮은 에너지 판매 가격으로 적자 상태에 빠졌고, 결국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국민용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경제단체에서도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발생하는 동시에 전기요금 인상의 취지 자체는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전기요금 인상은 현재 화두에 오른 시멘트 가격 협상에 변수로 작용한다. 전기요금은 시멘트 제조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시멘트 가격을 유지할 명분이 주어졌다는 의미다. 정부의 정책이 시장 분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시멘트업계는 현재 건설 및 레미콘업계와 판매 가격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건설 및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수입 등의 강수를 뒀고, 시멘트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정부가 시멘트 수입 등을 추진했고, 별도의 가격협상 테이블(협의체)까지 마련했다.  그간 시멘트업계는 주연료(유연탄) 가격 상승과 환경규제 부담 비용 등을 이유로 판매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유연탄 가격의 안정화와 폐기물 소각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증가했음에 불구하고 가격을 유지해 비판받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매출 하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전반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매출이 줄어도 수익성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판매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멘트 가격은 2021년 기준 t당 7만8800원이었다. 작년 말 시멘트 7개사 평균 가격은 t당 11만2000원으로 3년간 42% 상승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유연탄 가격은 t당 444.53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작년 3월 195.90달러, 지난 6월에는 100달러를 기록했다. 9월 4주 기준 유연탄의 가격은 144.10달러로 6월보다는 소폭 올랐다.  폐기물 소각도 연료 부담을 줄여준다. 시멘트업계는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사용한다. 기존 폐기물 소각 시장의 질서를 붕괴시킬 수준으로 폐기물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폐기물은 비용을 받고 소각해주는 만큼, 시멘트업계 입장에서 폐기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반입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언젠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멘트업계과 협의체를 조성한 시기에 이뤄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아무리 두 사건을 맡은 부처가 다르다고 해도 이러한 행보는 시장의 혼란만 키울 뿐이다. 부처간 협업이 없으면, 건자재 부문의 혼전 양상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또 시멘트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레미콘업계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간 자체적인 노력 부족으로 발생한 환경규제 비용까지 떠넘기는 판국에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면, 아직 시멘트업계에 호의적인 생각을 가진 기업들도 모두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요 거래처 입장에서는 정부의 시멘트 수입 추진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결국 건설 및 건자재 시장은 파국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