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퇴직연금 1위" 은행권 고객유치 신경전

오는 31일 퇴직연금 갈아타기 서비스 앞두고 400兆 시장 유치전 치열…"합리적 비교 필요"

2024-10-29     성동규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31일부터 400조원대 퇴직연금 시장의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시작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저마다 자사의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이 가장 높다고 주장하며 '퇴직연금 실물이전(실물이전) 서비스' 수요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25일 개인형 IRP 원리금보장형 운용수익률이 3분기 말 기준 3.49%로 6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틀 후에는 KB국민은행이 개인형 IRP 실적배당 상품의 수익률이 14.61%라며 은행권 1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은행이 최근 수익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은 자산을 번거롭게 매도할 필요 없이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는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하기 때문이다. 해당 제도 시행에 따라 고객을 최대한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보전과 함게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KB국민은행은 IRP 계좌에 가입하고 실물이전 사전 예약을 신청한 1만명(선착순)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제공한다. 지난달부터 퇴직연금 가입 고객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전용 고객센터인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 소속 자산관리 전문가와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KB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시행 중이다.실물이전 제도 시행 전까지 퇴직연금 ETF 취급 상품 수 또한 68개에서 101개로 확대한다.  기업은행의 경우 오는 12월 20일까지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퇴직연금 이전을 마친 고객과 IBK투자증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매수 고객 등 2000명(추첨)에게 신세계상품권 1만원을 선물할 계획이다. 실물이전 제도 시행 초기 가입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실물이전 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가 하면 인공지능 기반 퇴직연금 관리 플랫폼을 출시, 연금 자산관리과 수익률을 제고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은행권은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액(400조878억원)에서 52.56%(210조2811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적립금만 해도 41.6%(166조4364억원)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42조7010억원으로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40조원을 넘기면서 규모가 가장 적립금이 많다. 뒤이어 KB국민은행 39조5015억원, 하나은행 37조78억원, 우리은행 25조348억원, NH농협은행 22조1913억원 순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특히 신한은행과 시장 점유율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을 펼쳐온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갈아타기를 통해 업계 1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만큼 고객 유치 경쟁에 더욱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인 고객 유치 경쟁도 물론 중요하나 퇴직연금 갈아타기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살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퇴직연금 상품의 질적 향상과 운용 능력 개선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이 단순히 높은 수익률 등에 현혹되기보다는 운용 능력과 안정성, 수수료 등을 합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융기관들은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정보 제공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