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이어 반도체까지…K-산업, 공급망 리스크 확대
美中 첨단산업 공급망 전쟁…반도체·배터리 보호주의 구도 美, IRA·투자제한으로 압박…中, 희토류·흑연 등 자원 통제 삼성·SK, 中 생산 의존도 높아…K-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2024-10-29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전쟁으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미·중 주도권 싸움이 배터리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서도 커지는 양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및 배터리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공급망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격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이 경제, 군사 부문에서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몽 등 제국굴기의 야심을 드러내자 미·중은 대결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과거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경제 번영을 이끈 ‘자유무역주의’는 사라졌고 ‘보호무역주의’가 주를 이루게 됐다. 반도체, 배터리를 두고 벌이는 미·중 공급망 주도권 대결은 ‘보호주의’ 대표적 결과물이다. 이러한 ‘보호주의’ 기조는 해외 시장을 무대로 삼는 반도체, 배터리 기업들에는 악재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창업자 모리창은 최근 “반도체, 특히 최신 반도체 부문의 자유무역은 죽었다”며 “가장 엄중한 도전이 눈앞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은 연이어 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과 관련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 등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에 대해 생산·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돌입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도 미·중 갈등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의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과 중국 공급망을 연계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중국산 부품 및 원자재가 들어갈 경우 보조금 및 세액공제를 못 받게 하는 방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 원자재인 흑연을 수출 통제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미·중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에 놓여있다. 한국수출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 게르마늄에 대한 국내 산업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각각 61.7%, 74.3%다. 게다가 중국 공장이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중국 시안공장과 SK하이닉스 D램 우시공장의 생산비중은 각각 37%, 42%에 이른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공급망 다변화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리튬 생산 업체 WesCEF와 리튬 정광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니켈 광산 개발 기업 캐나다니켈에 1850만달러(약 245억원)를 투자해 지분 확보에 나섰다. SK온은 미국 음극재 파트너사인 웨스트워터와 천연 흑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아르헨티나 염수리튬 1단계를 준공해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리튬 염호에서 2차전지 소재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