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특감관' 배수진에도...친윤 '김건희 특검' 이탈표 나올라 '신중'
韓, '김건희 3대 조치' 무산 후 특감관 '드라이브' 친윤계서 불쾌감 팽배···'특검 통과' 역풍은 부담
2025-10-29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특별감찰관 임명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3대 조치'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하면서, 한 대표의 특감관 임명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친윤석열(친윤)계는 한 대표의 '특감관 드라이브'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특감관 임명을 무산시킬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관련 조치를 사실상 거부당한 후 특감관 추천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특감관은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찰을 담당하는 차관급 공무원이다. 친한동훈(친한)계는 김 여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보고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면담 이틀 뒤인 지난 23일 특감관 임명 필요성을 공개석상에서 처음 언급했다. 관련해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해당(특감관 추천) 절차는 원내와 관련된 사안"이라고 선을 긋자 한 대표는 다음 날 곧바로 "국민의힘 대표로서 다시 말한다. 특별감찰관 추천 진행하자"고 맞섰다. 최근에는 한 대표가 추 원내대표 등 친윤계 의원들과의 갈등 기류를 희석하기 위해 특감관 관련 공개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른 시일에 특감관 임명이 필요하다는 한 대표 의중은 변함이 없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한 대표가 특감관 문제를 입 밖에 꺼낸 이상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 및 당내 친윤계와의 갈등을 감내하면서까지 특감관을 밀어붙이는 데는 '더 이상 김 여사 문제로 당정이 발목 잡힐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건희 리스크'는 장기간 당정 지지율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돼 왔는데,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온 지난 2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정부 부정평가 원인 1위로 '김 여사 문제'가 꼽히기도 했다. 한 대표의 거침없는 '특감관 드라이브'에 친윤계는 불편한 기류가 역력하다. 특히 한 대표를 위시한 친한계 일각이 특감관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전면 공개하고 표결까지 하자고 주장하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강 물이 서해로 흘러갈 때 소리 나는 것을 들었나"라며 "요란스럽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일은 조용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도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나와 "특감관 추천 문제는 우리 정책 사안이고, 정책을 가지고 의총에서 표결한 적이 거의 없다"며 "표결은 분열의 시초가 되고, 결국 공멸로 가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윤계에선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형태로 당이 의사결정을 할 경우 당정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당내 특감관 논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김 여사 공개활동 자제'와 '사과' 등의 조치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당이 특감관 추천을 섣부르게 하면 안 된다고도 지적한다. 다만 한 대표가 '김건희 리스크' 대응책으로 내놓은 특감관 추천마저 무산된다면 여론에 부담을 느낀 의원들이 11월 예고된 '3차 김건희 특검' 정국에서 무더기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친윤계에서 특감관 도입에 대한 공개 반대 목소리를 쉽사리 내지 못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친윤계에서) 특감관 추천을 반대하고 싶어도 '특검 역풍' 때문에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의총 전까진 이런 기류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