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공론화에 금융권 촉각
은행, 지난달 해당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 전달
2024-10-29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공론화되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특정 연금 사업자에게 퇴직연금을 모두 맡기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고 운용하는 방식이다. 노·사·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금운영위원회(수탁법인 이사회)를 설립, 퇴지연금 운용 방향을 결정한다. 기업 및 근로자가 제각각 은행, 보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현행 ‘계약형’ 구조와 차별화된다. 다수의 사업장이 참여하는 연합형 퇴직연금기금도 가능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달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와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따른 우려사항을 전달했다.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금융투자협회도 정부에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사업자 참여 반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내면서 금융권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수익률 제고를 위한 퇴직연금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공단이 이미 상당수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퇴직연금 가입이나 이전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특정 기관이 1, 2층 연금제도를 둘 다 운용하는 것은 연금의 집중화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금의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기관을 분리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다른 국가 사례를 보더라도 정부기관이 퇴직연금에 참여해 사적 연금시장에 경쟁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금융사들이 해당 제도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는 2030년 지금의 두 배인 8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 시장은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 400조원의 머니무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점쳐진다. 은행이 운용하는 퇴직연금 대비 비교적 높은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는 증권사 상품에 대한 수요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는 기존 상품을 매도하지 않아도 퇴직연금 계좌 사업자 이동이 가능, 가입자가 부담하는 손실이 최소화된다. 실물 이전이 가능한 상품은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금 보장상품, 공모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