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20년 만에 재출간되는 차학경의 『딕테』 단독 북펀드 진행
- 절판 이후 복간 요청 이어져, 펀딩 하루 만에 1000여 명 참여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단독 북펀드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학경의 《딕테》개정판을 20년 만에 재출간한다고 밝혔다.
‘딕테’는 1982년 첫 출간한 작가의 유작으로, 1997년과 2004년 국내 출간됐으나 곧 절판됐다. 절판 이후 아시아계 미국문학 연구자들과 페미니즘 연구자들이 주목하면서 현재 관련 연구자 및 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불후의 ‘모던 클래식’으로 평가받고 있다.만 하루가 지난 10월 29일 오전 9시 기준 펀딩에 참여한 인원은 1077명으로, 펀딩 금액은 1700만원을 넘었다. 주 구매자는 2030 여성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에 자세히 소개되며 대중적으로 많은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던 ‘딕테’는 개정판 펀딩이 시작되기 전 중고 도서 가격이 3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특히 알라딘에서 운영하는 ‘단 한 권 인쇄소’에서도 재출간을 요청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펀딩 중인 ‘딕테’는 수많은 복간 요청에 부응한, 원작의 디테일을 오롯이 살린 20년 만의 개정 결정판이다.
UC버클리의 교수이기도 한 캐시 박 홍은 “테레사 학경 차의 ‘딕테’는 분야를 특정할 수 없는 텍스트로 당시 시대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걸작”이라며 “딕테는 다양한 장르에 걸쳐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루며 언어를 추궁하는 동시에 한국의 식민지 역사를 탐구한다. 이 책이 미국에서 그랬듯이 한국에서도 고전이 되면 좋겠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딕테’의 재출간을 준비한 문학사상의 황인석 편집자도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무려 20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그 첫 번째 이유로 일반 독자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난해함, 난감함을 들 수 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러한 면이 너무 과장하게 부각된 면도 있지 않나 싶다. (중략) 열린 텍스트에는 열린 마음과 열린 독법이 요구된다. 이 텍스트를 읽는 데 필요한 것은 그뿐이다”라며 출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딕테’는 도입부와 9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러한 구성은 문학적이면서 연극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내용은 출간된 지 40년 이상이 흐른 지금의 주요 담론인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까지 아우르며 선구적 실험문학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유관순, 프랑스의 잔다르크와 성녀 테레즈, 그리스신화의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저자의 어머니 허형순, 차학경 자신 등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책 속에서 차학경은 이 인물들을 누군가의 딸, 우리 주변의 사람들, 우리 자신과 같은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형태적인 면에서 ‘딕테’는 자서전, 소설, 역사, 시 등 다양한 장르가 상호 텍스트적으로 구성됐다. 특히 점프 컷 등 다양한 영화 편집 기법도 차용하며 영상과 책, 영화와 문학의 경계에 있는 이 작품은 아트북과 다르게 대량 생산 및 배포를 염두에 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만들어졌다.
‘딕테’의 펀딩 마감은 11월 17일, 정식 출간 예정일은 11월 28일이다. 펀딩에 참여한 고객들은 초판 1쇄 후원자 명단이 인쇄된 삽지를 받아볼 수 있다. 북펀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알라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