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편의점에서 라면∙담배는 옛말…한강 책부터 대파까지

코로나19 이후 고공행진하던 국내 편의점 매출 증가세 정체 전국 유통망 활용해 새로운 사업 시도하면서 내실 다져

2024-10-30     이선민 기자
CU_990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매출 증가율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지난해까지 8.1%를 기록했으나 올해 상반기는 2.7%에 그쳤다.  전국적으로 5만개가 넘는 점포가 생기면서 시장포화와 저성장으로 수익성이 정체된 것이다. 이에 편의점은 돌파구를 찾아 신사업을 발굴하고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과자, 라면, 음료, 담배 등을 판매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대형마트와 화장품 매장, 서점의 역할까지 하면서 택배, 택시호출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하는 공간의 역할을 시도한다. 편의점들은 전국 구석구석 깔려 있는 유통망을 활용한 사업을 시도하면서 시장에서 우위를 선정하기 위한 내실다지기에 나섰다. 아울러 마트와 헬스&뷰티스토어, 서점의 고객을 편의점으로 흡수하면서 고객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초저가 채소를 출시했다. 양파·대파·마늘·당근·상추·깻잎·오이고추·팽이버섯·새송이버섯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채소 9종을 990원에 선보였다. 대형마트에서 몇 년전부터 선보이던 1000원 채소를 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CU측에서는 업계 평균 대비 30%가량 저렴한 최저가로, g당 가격으로 따지면 온라인과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에 출시한 880원 육개장라면과 990원 스낵·가공유 등을 선보인 후 누적 250만개 이상 팔려나감에 따라 초저가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BGF리테일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내년 중 편의점 택시 호출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CU는 노인, 어린이 등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인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택시 호출 장소로 활용된다. 양사는 해당 서비스가 외국인에게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전기이륜차의 배터리 교체 거점으로 편의점을 활용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점포 중 400곳을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 시설로 사용 중이며,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 독립기업인 쿠루와 손잡고 배터리 자체를 교환하는 방식의 충전 시설까지 구축했다. 배터리 자체를 교환하는 방식은 시간을 크게 아낄수 있어 올해 배터리 교환 건수는 10월 현재 10만 건을 넘어섰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시설을 내년에는 주요 광역시 중심으로 1000여 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카셰어링, 자율주행 렌터카 등 모빌리티 관련 공유 경제의 확대에 따라 차량 대기 공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GS25는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모빌리티 허브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모빌리티 이용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유도해 점포의 수익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선순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패션·뷰티 특화 점포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을 선보였다. 해당 점포에서는 편의점 주요 소비층인 2030세대를 공략해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릿 브랜드와 컬래버한 의류, 마녀공장, 메디힐 등 30여종의 가성비 중소 뷰티 상품들을 판매한다. 편의점 CU와 GS25가 1위 다툼을 벌이는 동안 세븐일레븐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쇼핑채널을 넘어 뉴리테일 플랫폼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외에도 푸드부터 신흥 콘텐츠인 패션&뷰티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고객 맞춤형으로 상품을 구성한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오리진점 등을 열었다. 이마트24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 2종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한정 수량 판매한다. 이마트24는 과거에도 도서를 판매한 적이 있고, 벤더사를 통해 최대한 많은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U와 세븐일레븐에서도 한강 작가 수상을 기념해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나 베이커리 상품을 준비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포화도가 높아질수록 고객의 편의 증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유통망을 이용해 새로운 편의시설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